와인 한 잔이면 한 병을 혼자서 다 마신 듯, 얼굴이 새빨개진다. 예전에는 빨개진 얼굴이 부끄러워서 술을 잘 안 마셨는데, 요즘은 개의치 않고 마신다. 딱 한잔 마셔도 기분이 좋아지는, 가성비 좋은 내 몸을칭찬하면서... 그렇다. 이건 취중 글쓰기다. 히히! 취한 게 술뿐만 아니라 음악이고, 가을이라 더욱 기분이 좋다. 이런 날 글을 쓰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회사에서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와인과 재즈에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셨다. '찾아가는 인문학' 프로그램 중 하나로 회사 근처 '클럽K 서울 라운지'란 근사한 공간에서 이준기 트리오의 연주를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까?' 흥겹게 흔들흔들하는 스윙 리듬과 각자의 악기로, 연주와 보컬로 표현하는 게 재즈라고 한다.
재즈는 악보가 한 장 내지 두장으로, 기승전결 스토리를 만들어서 감정을 표현한다. 악보가 아닌 연주자 중심의 음악이며, 청중 또한 연주를 들으면서 언제든지 박수로 호응할 수 있다.
재즈 기타, 콘트라베이스, 드럼으로 연주하는 블루스와 삼바를 느리게 느리게 연주하는, 따듯하고 오묘한 보사노바를 들었다.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 있는 전자 피아노에서 나오는 연주 중 보사노바를 가장 좋아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나를 어디로, 어딘가로 데려가는 것 같다. 음악으로의 여행이고, 나 자신으로의 여행이다. 그래서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음악에 취해 있으면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함께 음악을 들은 동료들의 얼굴에도 조금 더 느긋하고, 편안한 미소가 떠올라 있어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선릉역 근처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어느새 가을이 우리 곁에 와있다. 아니, 지나가고 있다. 조금 더 가을을 느끼고 싶어서 선릉이 아닌 선정릉역으로 방향을 틀어 걸었다.
회사 근처에 최인아 책방과 클럽K 서울 등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집 근처에서도 이런 멋진 공간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선물 같은 시간이 작은 계기가 되어 앞으로 재즈 음악을 즐겨봐야지. 감사하고, 또 감사한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