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맘일까? 아들 맘일까?

임신 16주 차 이야기

by 이수댁

임신 중기에 들어섰다. 확실히 컨디션이 더 좋아진 느낌.
임신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 출근하는 날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쉬었다가 저녁을 챙겨 먹고 기력을 찾았다. 그런데 이제는 퇴근 후 병원 검진을 받고, 친구를 만나 밀린 수다를 떨고, 글 쓰는 여유도 생겼다. 와우! 그래서 너어어어어어~~~~ 무 좋다. ^^

16주 차 태아 검진 시 의사 선생님께 성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 내내 성별이 궁금했던 터라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감사하게도 태아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2~3시간 외출을 할 수 있는 회사 제도가 있어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남편이 차를 타고 데리러 왔다. 이제 막 인생 첫차를 몰기 시작해 아직 운전이 조금 서툴다. 회사 앞으로 차를 타고 데리러 온건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탔는데, 복잡한 도로에서는 가끔 불안한 마음이 들어 무척이나 떨리는 길이었다. 요즘 연애를 막 시작할 때 기분이 난다. 조수석에 타고 있으면 ‘이 남자를 믿어도 되나?’라는 질문이 마음속에서 불쑥 떠오른다. (크큭!)

의사 선생님께서는 초음파로 빵이의 상태를 꼼꼼하게 보여주셨다. 복부를 보면서 척추와 갈비뼈, 심장과 위 등을 살피고, 얼굴로 넘어가 눈, 코, 입, 귀, 그리고 인중을 확인해주셨다. 다음은 다리... 지난번 검사 때처럼 등을 돌리고 안 움직이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쩍벌 자세도 취해서 나는 바로 의사 선생님께 외쳤다.
- “딸인 것 같은데요?!”
- “선수 치지 마세요. 성별 알고 싶으면 남편 데려오지 말라고 했는데, 남편 같이 왔으니 안 알려줄 거예요. 어떡해. 남편이 맞춰야지.”

의사 선생님은 성별을 직접 알려줄 수 없으니 남편에게 공을 돌렸다.
남편은 긴가민가 하는 눈치였다. 빵이는 계속해서 꼬물꼬물 활발하게 움직였다. 의사 선생님께서 다시 다리 쪽을 보여주셨다.
-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 같은데요.”
- “네~ 그런 것 같죠?”

딸이었다. 성별은 정말이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딸이라니 좋았다. 쫑알쫑알 수다도 많이 떨고, 다 크면 친구처럼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엄마와 나처럼. 그러면 정말 예쁘겠다~~!!


선생님께서는 아가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양수도 충분하고, 엄마도 건강한 상태라고 말씀하셨다.
12주 차 초음파 검사 때보다 폭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어 그저 감사하고, 기쁜 마음뿐이었다.
- “호호. 왠지 딸일 것 같았는데 예상이 맞았네. 오빠는 기분이 어때?”
- “응~! 우리 부모님은 아들만 둘 키우시다가 집안에 딸들이 많아지니 분위기가 한층 밝아지겠어.”

남편은 딸이 태어나면 상처가 생기거나, 밤에 늦게 돌아올 때 신경이 많이 쓰여서 본인이 더 챙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암~ 그럼, 그럼. 딸에게 아빠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데! 아빠가 빵이에게 사랑을 듬뿍 줄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아직은 양가 부모님께도 성별 결과를 알려드리지 않았다. 조만간 대전과 익산을 갈 예정이라 직접 얼굴을 뵙고 전할 예정이다.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만들어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말씀드리지 고민 중이다. 기다리고 계시겠지만 직접 초음파도 보여드리고, 재미있는 이벤트도 꾸며봐야겠다. 마침 어버이날도 다가오고 있으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름 바쁜(?) 슬기로운 집콕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