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그런 고마운 친구가 있나요?

나를 나답게, 나를 나로서, 소중히 대하게 하는 무언가에 대하여

by 이수댁

당신에게는 그런 고마운 친구가 있나요?


총 280일간의 임신 여행 중 200일이 지났다. 아가와 만날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는 요즘이다.


아무래도 임신 중에는 조심할 게 참 많다. 식사를 할 때는 혹시 임산부가 먹지 않아야 할 음식이 있는지 살핀다. 샴푸,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바디오일, 칫솔, 치약 등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품들을 고를 때는 유해한 성분이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본다. 몸에 닿고 흡수되면 이 또한 아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뱃속의 아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일상을 바꾸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하나의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보통 3주 정도를 잡는데, 10개월 동안 아가와 산모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일상을 바꾸어간다. 그렇기에 아가가 쑥쑥 자라남과 동시에 산모도 새로 태어난다고 느낀다.


그렇게 많은 선택을 아가를 중심으로 하고 있을 무렵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출산 준비하랴, 변화되는 몸에 적응하랴 정신없지? 뭐가 필요할지 몰라서 돈으로 보내. 아가한테 필요한 거 말고 스스로한테 필요한 거에 보태서 사~~"

친구가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용돈을 보내준 것이다.


친구에게 선물도 아니고 용돈을 받는 건 고맙고도 미안한 일이었다. 특히나 사는 지역이 떨어져 있고, 직업이 보건 교사인 친구이기에 코로나 19 확산 이후 우리는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보건 선생님과 임산부 모두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기준으로 코로나 19 감염 예방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나를 위한 선물을 생각해보았다. 무엇보다 출산 전에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어디론가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더욱 좋겠지만, 우리만의 시간과 추억을 만드는 거라면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지금 나를 위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너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좋은 음식을 경험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야."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리고 친구가 방학을 맞이하고, 마침 내가 회사에서 연차를 쓰는 평일에 시간을 맞춰 만나기로 약속했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지만 출산 전 오래간만에 얼굴을 보고, 회포를 풀 시간이 벌써부터 정말 기대된다.


친구 덕분에 비단 아가에게 필요하고, 아가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출산 전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출산 후 당분간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 어려울 테니 예비 엄마에게 무척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나를 위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지?
나는 지금 무엇이 필요하지?


시간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나는 변해간다. 생각과 선택, 일상 속 습관들이 늘 조금씩 바뀐다. 그 와중에 오랜 친구와의 소중한 우정은, 그녀가 보여준 따뜻한 마음은 내가 나답게 지낼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를 선물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나를 잃지 않고, 너를 잊지 않으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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