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기 위한 성장통

임신 29주 차 이야기

by 이수댁

2020년 7월 31일 금요일, 오랜만에 비가 그치고 흐림


또 한 주가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덧 7월의 마지막 날. 이번 주는 꽤나 바쁘게 보냈다. 한 줄이라도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있었는지, 생각만 했는지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그래도 한 주가 다 가기 전에 글쓰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기쁘다. 재택근무 만세!


중요한 보고를 순조롭게 마치고, 타사와의 협업도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시간을 내어 언니의 본식 드레스를 함께 고르고,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저녁을 먹으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어젯밤 같이 밥을 먹다가 친구가 인터뷰하듯이 물었다.

- "우리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지만 네가 임신을 하니까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임신을 확인하고, 배가 나오는 게 느껴지는 순간 등 지금 시간이 어떻게 느껴져?"


친구가 질문을 하는데, 임신 기간 중 작은 순간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임신 사실을 알기 전 배탈이 난 줄 알고 병원에 갔으면서 퇴근길에 잡채를 사 와 신나게 먹었던 순간, 떡볶이가 먹고 싶어 맛있게 먹어놓고 속이 더부룩하다며 콜라를 벌컥벌컥 마셨던 순간, 아무래도 이상해서 약국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하던 순간, 두 줄이 선명하게 보이고 집안의 온 가족을 깨우던 순간, 축하를 받으면서도 어안이 벙벙하던 순간, 산부인과에서 처음 쿵쿵 뛰는 아가의 심장 소리를 듣던 순간...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 처음 먹고 싶다고 이야기 한 음식이 돈가스였는데 남편이 집에서 손수 만들어줘서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던 순간, 원래 내 배인지 아가가 생겨서 나온 배인지 헷갈리던 시기를 지나 훅훅 배가 커지던 순간, 한참 태동을 기다리다가 처음으로 분명히 태동을 자각한 순간, 점점 강해지는 태동을 느껴지면서 신기하고 재밌어 나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이 튀어나오던 순간, 입체 초음파를 통해 아가를 만나면서 아가의 존재를 더욱 가깝게 느끼게 된 순간, 친구들의 축하와 배려가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지던 순간, 그리고 밥을 먹었는데도 얼마 안 지나 왠지 모를 허기가 느껴지는 요즘... 수많은 순간들을 지나 지금에 다랐다. 그리고 임신 기간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기억된다는 걸 느낀다. 그만큼 나에게 크고, 강렬한 경험이라는 거겠지? 모든 게 처음이기도 하고...


어젯밤에는 한밤중에 더 이상 못 자겠다며 눈을 떴다. 모기가 4마리나 집에 들어온 것이다. 손과 발 등 살이 없는 부분을 물어서 더 간지러웠다. 도저히 그냥 잘 수 없겠다 싶어 불을 켜고 모기를 다 잡았다. '이놈시키들!'하고 절로 욕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누웠는데 몸이 편치 않았다. 배가 불룩 나오니까 바로 누워있는 것도 불편하고, 팔과 다리가 저렸다. 피곤해서 누웠는데, 누운 자세가 불편한 서러움을 아시는지. 어렸을 때 키가 쑥쑥 크면서 성장통을 많이 느꼈는데, 딱 그런 느낌이다. 누우면 편해야 하는데 영 불편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서 남편한테 주물러 달라고 부탁했다.


- "배가 들어갔으면 좋겠어. 너무 힘들어. 앞으로 배가 더 커지면 어떻게 버티지?" ㅠㅠ

- "여태 뱃속에서 아가 키웠는데, 배가 들어가면 빵이는 어디로 가~"

- "그건 그래. 빵이야, 건강하게 자라라."라며 배를 쓱쓱 문질렀다.

- "아가가 태어나면 더 힘들겠다. 지금도 잘 못 자는데, 100일까지는 한 시간마다 깨야할 거 아니야."

- "그니까... 아무렴 지금이 더 편한 시기지."


남편이 팔, 다리를 꾹꾹 주물러준 덕에 저린 증상이 좀 나아지고, 바닥으로 내려와 침대 위로 다리를 올려놓고 자면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비 온 뒤 세차게 흐르는 물처럼 시간이 빠르게 지나왔는데, 앞으로도 그렇겠지...? 모두 금방 지나갈 거다. 그리고 이렇게 고생해서 만나는 아가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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