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메이킹 클래스 다이어리 02
뱃속의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시간을 기록하고 싶다. 280일간 아가와 가장 가까이에서 종일 함께하는 엄마로서 보고, 느끼는 우리 아가의 모습을 기억하고, 선물하고 싶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태교일기를 써왔다. 임신 후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신기함,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 일상 속 작은 변화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임산부가 된 후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 아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등 가슴에 차오른 말들을 혼잣말처럼 주절주절 풀어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쓰던 일기장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다. 박스 안에 가득 담긴 일기장을 보며, 또 계속해서 일기를 쓰는 나를 보며 언제부터인가 이런 질문을 해왔다. 나는 왜 자꾸 글을 쓰는 걸까? 자주 들여다보지도 않는 것 같은데... 그러다 브런치란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글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책이라는 수단으로 내 글을 편집해보고 싶다. 흩어진 글들을 모아 책으로 묶어 빵이에게 선물하자는 소소한 바람으로 북 메이킹 클래스를 신청하게 되었다.
저녁에 집에 와서 식사를 하고, 씻으면 하루가 다 간다. 북 메이킹을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바쁘게 일했는데 집에서 쉬는 시간을 갖는 것도 꼭 필요한 일. 특히나 바쁜 시즌에는 아침에 잠깐 갖던 여유시간도 보장하지 못한다. 졸음은 몰려오는데 오늘 할 일을 다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영 불편했다.
'괜히 시작했나?' 목요일 밤에는 문득 후회가 되었다. 금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 부담감이 크게 느껴진 것이다. 마음 편히 쉬는 여유도 필요한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데, 책임감에 제대로 쉬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하게 임신기를 보내고 출산하는 일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 졸리고 피곤할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푹 쉬자.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진행하자. 아주 소소하게. 그렇게 피곤한 날에는 무리하지 않고 잠을 잤다.
그리고 금요일. 바빴던 한 주 간의 업무를 마무리했겠다, 3일 간 연휴를 앞두고 있으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남편이 집안일을 할 테니 바짝 집중해서 글쓰기 하라고 배려해줘서 뚝딱뚝딱 할 일을 해냈다. 그리고 기절.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내자!’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지금까지 쓴 글을 쭉 정리해보니 총 58편의 글이 있다. 그동안 쌓아온 글과 사진을 바탕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보았다. 타깃이 누구일까? 아무래도 결혼 후 임신을 준비 중이거나 임신을 한 30대 여성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읽다가 좋으면 남편과 함께 읽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임신기에 읽은 책들 중에서 남편한테 읽어달라고 부탁해 빵이와 함께 읽은 책들이 있다. 그렇게 가족이 다 같이 읽기에 부담이 없도록 글을 가다듬고 싶다. 아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이면 어떨까? 읽는 사람들에게 잔잔하고 따뜻한 울림이 있는 글이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