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하나씩 너를 맞이할 준비를 해.

임신 33주 차 이야기

by 이수댁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와 모기의 입이 비뚤어진다는 절기인 처서가 지났어. 확실히 해가 짧아지고, 밤에는 이불을 덮고 자기 시작한 요즘. 멈추지 않을 것 같던 긴 장마와 폭염이 지나가고,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는 걸 보면 참 신기해. 계절이 바뀌어가는 걸 보니 우리 빵이와 만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제 점점 실감이 나. 보고 싶어, 우리 아가~

어제는 아빠와 빵이가 집에 오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대청소를 했어. 작은 방 옷장과 베란다 창고를 정리하다 보니 하루가 훌쩍 다 지나가더라고. 서재 정리까지 마저 하면 빵이의 옷과 물건을 담을 공간이 나올 것 같아. 출산 가방도 꺼내 두었으니 빵이 만나러 갈 때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준비하려고 해.

꽉 차 있던 옷장을 비워내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네. 큰 박스에 한가득 담아 옷을 버렸어. 그 안에는 대학생 때 입던 옷과 사회 초년생 때 샀던 옷, 심지어 어렸을 때 사촌 언니한테 물려받은 옷도 있었어. 꽤 오래된 옷들도 지금까지 잘 입어왔고, 집에서 막 입는 옷으로 남겨두며 잘 버리지 못했던 것 같아.

그런데 임신 후 배가 불러오면서 임부복을 입다 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한 계절에 입는 옷은 몇 벌을 두고 돌아가며 입어도 충분하고,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은 앞으로도 입지 않을 거라는 점이 명확해진 거야. 무엇보다 엄마가 빵이를 낳은 후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인지, 아닌지 여부를 기준으로 두고 생각해보니 이십 대 초반에 산 옷들은 과감히 버릴 수 있게 되더라. 출산 후 바로 입을 수 있는 옷도 아니고 빵이와 1년의 시간을 함께하고 복귀할 때 입을 옷들만 남기면 되었거든. 그때 필요한 옷들이 있으면 더 사면될 것 같아. 그때는 옷을 선택하는 기준은 또 달라져있겠지?

몸이 무거워지니 요즘에는 조금만 뭘 해도 더 피곤함을 느껴. 배가 많이 나와서 물건을 내렸다 올렸다 하는 것도 불편해. 그래서 엄마는 주로 앉아서 물건을 정리하고, 아빠가 부지런히 움직여줘서 청소를 잘 마칠 수 있었어. 힘들었지만 본격적으로 빵이 맞이할 준비를 하니 설레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네. 빵이에게 필요한 물건들도 차차 준비해볼게. 빵이도 건강하게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어~

출산 예정일 기준으로 출산까지 남은 48일, 뱃속에서 쑥쑥 성장하기를!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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