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선물과 함께하는 선물 같은 하루
임신 33주 차 이야기 2
Schubert Impromptu, D 935 Op 143 no3
새로운 하루를 열면서 들은 곡 어때? 엄마는 이 곡을 들으면 새로운 문을 여는 기분이야. 처음 최인아 책방 콘서트를 시작할 때 오프닝곡으로 수차례 들은 기억 때문인 것 같아. 송영민 피아니스트가 콘서트 회차를 더해가면서 조금씩 곡의 더 많은 부분을 들려주고 마지막에는 전곡을 연주해주셨는데, 늘 기다리던 시간이었기에 이 곡을 들으면 그때의 설렘이 아직도 느껴진단다. 이제는 그리움이라는 향과 블랜딩 되어 기억하는 시간이기도 해.
빵이와 함께한 지 어느덧 33주 3일 차가 되었네. 이제 출산을 해도 빵이가 바깥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고 해. 우리 아가가 이제 많이 자랐구나 싶어. 엄마도 호흡 연습을 하면서 빵이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고 보니 어느새 휴직도 몇 주 남지 않았어. 코로나 19로 인해 임산부는 주 1회 출근, 주 4회 재택근무 중이라 회사로 출근하는 날은 앞으로 딱 이틀 남았더라고. 시간 참 빠르지? 갑자기 휴직이 코 앞으로 확 다가온 느낌이야. 남은 시간 동안 후임자가 일을 잘 이어받을 수 있도록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해야지~ 동료들도 조별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얼굴 보고 인사하기가 쉽지 않아 벌써부터 조금 아쉬움이 남네.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는 이유는 감사한 마음을 기록하고 싶어서야.
먼저, 빵이에게 고마워~ 빵이가 아직 고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빵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해서 빵이가 이 말의 리듬을 기억해준다면 좋겠어. 지금 빵이는 엄마의 오른쪽 배에 발을 얹고 있는지 오른 배가 불룩하네. 아직 뱃속에 있어서 보지 못했지만, 태동으로 빵이가 잘 있는지 늘 존재를 느끼고 있어.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빵이가 자주 듣는 저음의 목소리는 아빠의 목소리야. 아빠는 요즘 엄마가 수월하게 출퇴근할 수 있도록 차를 태워다 주고, 맛있는 음식도 알려주고 있어. 최근에는 오징어 두 마리를 사서 한 마리는 무와 콩나물을 넣어 오징어국을 만들고, 다른 한 마리는 오징어 볶음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어. 엄마가 볼 때 아빠는 마술사 같아. 엄마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있으면 뚝딱뚝딱 만들어내거든. 엄마 입에도 잘 맞아서 늘 맛있게 먹고 있어. 그런 아빠에게 자주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빵이에게도 들리지? 빵이가 뱃속에 있는 기간 동안 아빠는 엄마를 정말 잘 챙겨주고 있어. 그만큼 빵이 생각을 많이 하는 아빠라는 거 나중에 사춘기가 되어도 알아주고,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할머니가 빵이랑 예쁘게 입으라고 옷을 선물해주셨어. 곧 만삭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이 옷을 입으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항상 엄마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비타민과 반찬을 챙겨주시고, 예쁘게 하고 다니라고 옷과 화장품을 선물해주시는 할머니야. 엄마가 빵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엄마에게도 엄마를 누구보다 아껴주는 엄마가 있단다. 임신기를 겪으며 돌아보니 건강하게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게 절대 당연하지 않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껴. 그러면서도 늘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신 것도 정말 감사하고... 할머니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자!
마지막으로 엄마가 하던 일을 신뢰하는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할 수 있어서 감사해. 엄마의 휴직으로 인해 부서 내 업무분장이 달라지고, 어쩌면 휴직 직후에는 좌충우돌하는 시기도 있을 거야. 엄마도 처음 지금 하는 업무를 받았을 때 그런 시기를 보냈거든. 책임감은 막중하고, 선배의 뒤를 이어 잘 해내고 싶은데 막상 기분은 엄청난 파도 속에 빠진 느낌이었어. 그리고 그 파도 위에 올라타기까지 한참의 시간을 견뎌내었던 것 같아. 그래도 대학생 때부터 관심을 가진 분야고, 앞으로도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인수인계를 하고 있어. 엄마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출근 준비할 시간이 다 되었네. 오늘은 새벽 4시에 눈이 떠졌어. 너무 일찍 일어나면 피곤할 것 같아서 한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좋아하는 첼로 연주를 듣다가, 남은 한 시간 동안은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하루를 시작하니 참 기쁘다. 엄마가 즐겨하는 음악 감상과 글쓰기가 빵이에게도 선물이 되었기를 바라. 그럼 오늘 하루도 함께 즐겁게 보내자~ 사랑해, 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