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임신 39주 차 이야기

by 이수댁

출산을 위해 대전 친정집에 내려온 지 일주일이 되었다. 첫 책의 독자가 되어주실 분들께 손 편지를 써서 우편 발송하고, 출산 전 준비해야 할 용품 중 빠뜨린 것을 구매하고, 아가 옷과 손수건, 모자 등을 빨고, 널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추석 연휴에 친척들과 친구들 얼굴을 보고, 안부를 나눌 수 있었던 점이다. 특히 이모, 삼촌께도 편지를 써서 책을 선물로 드리니 좋아하셨다.


큰 이모, 숙 이모, 희 이모, 님 이모, 털 삼촌, 그리고 막내 이모까지... 막내 이모를 빼고 모두 대전, 그것도 옆동네에 살아서 마치 씨족사회를 사는 것 같은 우리 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 중에는 대전에 자주 내려오지 못해 배 나온 모습은 처음 보였다. 배 모양이 딱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 같다고, 배꼽이 버튼처럼 튀어나왔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반가움을 나타내셨다. 그간의 안부를 한 권의 책으로 선물해드릴 수 있어 뿌듯함과 행복함으로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책 출간 과정에서 남편만 아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내보고 싶다.


처음 인쇄소에 들러서 샘플 책을 받아오는 날 인쇄가 잘 되었는지, 오탈자는 없는지, 글은 잘 읽히는지 보려고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았다. 책을 쓰기 전까지 몰랐는데, 시작하는 글인 프롤로그는 책 쓰기의 마지막 단계에 완성되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글이 정리되기 때문이었다.


운전하는 남편에게 들어보라고 프롤로그를 읽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 글에 스스로 감격한 걸까? 아니다. 눈으로는 고쳐야 할 부분이 먼저 보였다. 너무 기뻐서였을까? 아마 그랬던 것 같다. 당황한 남편이 왜 웃으면서 우냐고 묻는데 만감이 교차하며, 행복했었다. 임신 기간과 북 메이킹의 모든 순간들이 스르륵 스쳐 지나갔다.


그렇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었다. 선생님과 함께 검토해보니 인쇄가 잘못되어 왼쪽면이 3mm 내려가 있었다. 목차 내 페이지수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문장부호는 올바르게 사용했는지 등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야 하는 시기였다.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햇살 좋은 가을날, 샘플북을 처음 손에 받아 들고서 눈물이 날 정도로 설레고, 기뻤던 그 순간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두 번째 비하인드 스토리는 책 출간 기념회를 가려고 준비하는데 남편이 놀라서 물었다.
- “안지, 몸이 왜 그래?”
- “왜?”
- “허벅지 부분이 시커먼데?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 “아 그래? 뒷모습이라 잘 몰랐네.”


거울로 뒷모습을 살펴보고서 깜짝 놀랐다. 정말로 허벅지와 엉덩이 부분이 의자에 앉는 모양에 따라 꺼무잡잡해졌다.

임신 중에는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살이 맞닿는 부분에 색소 침착이 잘 되어 꺼무잡잡해진다고 한다. 마무리 작업을 할 때 재택근무할 때보다 더 오랜 시간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앞에 두고 씨름하다 보니 얻은 훈장이었다.


출산이라는 배수진을 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부족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휴직 중이므로 하루라는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었고, 마지막 검토를 하는 일주일은 짧지도 길지도 않았다. 그저 나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 좋았고, 알차게 쓰면서 보답하고 싶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책 출간의 기회는 출산과 육아로 점점 더 멀어지는 꿈이 되었을 테니까... 작게라도 그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할 수 있는 만큼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 과정이 즐거웠다는 점이 이번 책 출간의 가장 뜻깊은 부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얼굴을 보면서 안부를 나눌 수 있을 때, 가족들도 몰랐던 나의 마음과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책 속에 임산부라서 어쩔 수 없었던, 가족과 관련한 임산부의 슬픔이 담겨있는데 그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이 책을 통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고향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있다는 그 자체로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하다. 이십 대 초반에 독립해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가 오랜만에 긴 시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출산을 일주일 앞두고 언제나 ‘대기 중’ 상태이지만, 하루하루 마지막 날인 것처럼 가족들, 친구들과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다.


그나저나 어제는 너무 일찍 잠들어서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다가, 다시 뒤척이다가, 결국 일어났다. 덕분에 글을 쓰고 있고, 더군다나 아직 연휴가 하루 더 남았으니 졸리면 낮잠을 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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