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새끼 바보

다시 시작하는 인생 - 1주 차 이야기

by 이수댁

10월 10일은 아기의 생일이자,

나의 출산 기념일이다.

우리 아기가 세상에 태어난 지,
내가 엄마로 새롭게 태어난 지 6일째다.

꼬물거리는 아기를 돌보면서
‘이제 진짜 어른이 된 걸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 눈물이 더 많아졌다.


양수가 새서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엄마는 말씀하셨다.
- “우리 딸 가기 전에 한번 안아줄걸.

사랑하는 엄마 딸 힘내라 힘~~”

출산을 경험하면

‘엄마가 이렇게 고생해서 날 낳았구나.’하며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께 미리 고맙고, 미안하다고 편지를 썼었는데,
유도분만을 시작하기 전

엄마의 메시지를 보고 눈물이 흘렀다.

- “아침에 끓여주신 사골국과 감자탕 먹어서

속이 든든해요. 힘내서 출산 잘할게요. 감사해요.”

9일 오전에 자궁수축제를 맞으며 진통을 하는 내내

점심, 저녁을 못 먹었는데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서인지 버틸만했다.
그래, 엄마 말은 다 잔소리 같아도 들어야 한다.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코로나 19로 인해

보호자가 들어올 수 없다.
그래도 부모님께서는 얼굴 잠깐 보자며

간식을 가져다주셨다.

좋아하는 유제품과 따뜻한 고구마를 갖다 주셨는데,
수유한 뒤라 그런지 저녁을 먹은 후였는데도

고구마가 그렇게 맛있었다.

한 자리에서 고구마 두 개를 뚝딱 먹어 치우니

엄마께서도 흡족해하셨다.
나도 이제 그 마음이 어떤 건지 더 잘 알 것 같다.

아기가 처음 젖을 앙! 하고 물었을 때,
있는 힘을 다해서 젖을 빨 때,
아직 초기라 젖양이 부족하면

분유로 보충 수유를 하는데 끝까지 잘 먹을 때,
그리고 평온한 얼굴로 다시 잠들었을 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산후조리원에서 산모들은 출산할 때

주삿바늘을 꽂은 자리에 든 멍을 훈장이라 여기며
수유실에 찾아와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유축을 한다.

처음에는 모유수유 자세를 잡기 어려워서

목과 어깨, 팔, 허리 등이 아픈데도
2~3시간마다 수유를 시도한다.

새벽에도, 늦은 밤에도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때로는 꾸벅꾸벅 졸기도 하면서 수유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들의 헌신은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시간을 겪으며 부모님 얼굴을 다시 보니
작고, 여린 신생아 시절부터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까지
키워주시고, 보살펴주신 부모님께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께서 아기는 알아서 잘 자라니

네 몸을 먼저 챙기라고 하셔도
사랑은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내리사랑이 있어
이 세상은 뱅글뱅글 잘 돌아가나 보다.

아기의 콩콩 뛰는 심장이 내 심장 가까이에서 느껴질 때,
10개월 동안 배 속에 품은 아기를

내 품에 안고 바라볼 때,
너무나 신기하고, 더없이 사랑스럽다.


아기를 내려다보며 행복한 만큼
부모님을 포함해 나의 평안과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필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엄마로 다시 시작하는 인생 1주 차,
하루가 다르게 자라며

시시때때로 모습이 변하는 아기처럼
엄마의 마음도 쑥쑥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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