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서 9박 10일을 보내며...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마찬가지지만 마음 자세에 따라 같은 상황도 천국이 될 수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 “조리원 있을 때가 최고야. 조리원 생활을 즐겨”
많은 사람들이 출산 축하 인사와 함께 조리원 생활을 즐기라고 하는데, 사실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임신기를 포함하여 출산이라는 몸의 큰 변화를 겪은 산모들은 처음에 제대로 앉을 수조차 없다. 그리고 뒤따라 오는 변화... 임신, 출산과는 또 다른 세계라 불리는 ‘모유수유’. 출산 후 젖이 돌기 시작하면 가슴이 땅땅해지고, 아파오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아기가 모유를 거부한다는 등의 이유로 단유를 하기도 한다. 어쨌건 몸에 또 다른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2~3시간 단위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유축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출산 중 주삿바늘을 꽂아서 팔에 멍자국이 시퍼렇게 있는데, 새벽이나 늦은 밤에도 수유실에서 애쓰는 엄마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궁금했다. ‘엄마들이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왜 조리원 천국이라는 말이 있는 걸까?’ 이 질문과 함께 9박 10일간의 조리원 생활 중 일주일을 보내면서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산후조리원에 들어오는 날, 나는 울었다. 진통을 겪을 때부터 출산하고, 입원해 있는 동안 옆에서 함께해 준 남편과 헤어지는 게 서운했다. 출산 당일 저녁부터 모유수유를 했는데, 신생아실이 커튼으로 가려져있어 수유할 때만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수유 콜이 오면 밥을 먹다가도, 머리를 다 말리지 못한 채 수건을 돌돌 감고서라도 아기를 보러 갔다. 신생아실 벨을 누르면 아기를 전달받는데, 잠깐 사이에도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양손을 파닥거리며 남편 얼굴을 쳐다보았다. 남편이 아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았다. 수유실에 남편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밖에서 기다렸다가 수유실로 들어가기 전 1분 남짓 아기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나마 아기를 보았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남편은 산후조리원에 짐만 옮겨주고 뒤돌아서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남편과 떨어지는 것도 아쉬웠지만, 남편이 아기를 충분히 안아보지 못하고 생이별을 하는 것 같아 내가 더 서운했다. 가족들은 울면서 들어가는 날 보며 군대 보내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남동생이 훈련소에 입소하는 날에도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기도 했다.
- “엄마가 마음이 그렇게 약하면 안 돼요.”
산후조리원 안내 직원에게 핀잔을 들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눈물을 훔치고 방을 둘러보았다. 산후조리원을 예약할 때 창이 큰 방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큰 창 너머로 노랗게 물들고 있는 은행나무와 청명한 가을 하늘이 보였다. 입원실에 있는 2박 3일 동안 하늘 보기 어려웠는데, 창이 크게 뚫려 있으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침대에 누워 파란 하늘이 바라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렇게 나는 산후 세계로 들어왔고, 조리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산후조리원에서 식사 방법은 뷔페식으로 같이 식사하거나, 방으로 음식을 가져다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침대가 두 개 있는 vip실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일반실을 예약했고, 일반실 산모들의 식사는 뷔페식으로 이루어졌다. 낯설지만 잘 지내보자는 마음으로 음식을 담아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앞에 계시는 한 산모님이 말을 걸었다.
- “혹시... 하영이 동생?”
- “네. 아, 언니 친구세요?”
- “어쩐지~ 문 앞에 붙어 있는 이름이 너무 비슷하더라고.”
- “맞아요. 하영, 지영이에요.”
이름이 비슷하더라도 어떻게 한눈에 나를 알아보셨을까 신기했다. 언니 친구는 다음날 퇴소하는 일정이었지만 나에게 말을 많이 걸어주며 편하게 대해주었다. 산모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니 많은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었다. 군대와 비슷하게 나이, 직업 상관없이 같은 기간에 들어왔으면 조리원 동기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면서 생기는 많은 고민들을 나눌 수 있어 산후우울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히나 모유 수유하려고 애쓰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집에 돌아가면 다들 새벽에도 일어나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지애 비슷한 무엇도 생기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다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힘이 내야지, 다짐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산후조리원에 남편 출입이 제한된 점은 아쉽지만, 그만큼 산모들이 서로 의지하고 지내게 되었으니 괜찮다.
조리원 퇴소 후 현실 육아로 들어간 육아 선배들 입장에서는 조리원이 천국이라고 말하지만, 실감하는데 시간이 걸린 이유는 나름대로 고민과 배워야 할 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유 자세, 아기 트림시키기,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등 여러 가지 익혀야 할 것들을 영상으로 찾아보고, 신생아실 전문 간호사 선생님들께 질문도 많이 했다. 선생님들께서 신생아들을 돌보시느라 바쁘신 와중에도 수유 자세와 기저귀 가는 법, 그 외에 아기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손에 익으면 별 게 아닌데 처음에는 괜히 긴장하고, 벌벌 떨게 되니 꼭 신입사원이 된 느낌이다. 하나씩 손에 익어갈 테니 걱정하지 말고, 시도해봐야겠다. 이때 시행착오는 필수이다. 자꾸 해봐야 늘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 걱정거리도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추억하는 날이 오겠지?
그래도 조리원 참 좋다고 느끼는 점은 편의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분만 후 필요한 좌욕기와 도넛 방석, 모유수유를 위한 유축기와 수유쿠션, 산모의 회복을 위한 족욕기, 사우나, 파라핀 등이 모두 갖춰져 있으니 잘 활용한다면 산후 회복과 육아 적응에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마사지로 굳어있는 몸을 풀어주고, 강사님과 스트레칭을 하며 임신과 출산으로 망가진 몸을 회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특히 산후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강사님께 배우면서 따라 하니까 출산 후 내 몸이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알려주신 방법을 혼자서 연습하면서 발 부종도 많이 좋아졌다. 자궁이 커지면서 밀려난 장기들이 제자리를 찾고, 몸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복식호흡과 스트레칭을 틈틈이 해야겠다. 집으로 돌아가면 이러한 시간을 갖기 어려울 테니 조리원에서 돈과 시간을 들여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내 몸이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몸이 힘들면 낮잠도 자는 등 컨디션 조절도 잘하고...
마지막으로 산부인과 및 소아과와 연계된 조리원에 있으니 아기의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산후 필요한 검진을 받기 편하다. 자연분만 후에 3회 정도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일주일 후에는 실밥을 제거했다. 얼마나 아픈지... 자연분만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서 잘 이겨냈는데, 소독과 실밥 제거는 사전 지식도 없었고,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 있어서 오히려 더 아프게 느껴졌다. 그래도 모두 회복에 필요한 과정이고, 잠깐의 아픔은 지나갔다.
조리원 퇴소 날짜가 다가올수록 왜 조리원 천국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여기서는 24시간 아기를 케어해주고, 궁금한 점을 알려주시는 전문 간호사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집에서는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하니까 잠이 부족해질 것이다. 그런데도 아기가 보고 싶고, 잘 있는지 자꾸 찾게 되고, 아기가 편안한 표정을 지으면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100일 정도 육체적으로 힘들 수 있겠지만 조리원에서 터득한 휴식과 운동 방법을 틈틈이 실천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