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육아에 적응 중

아기 키우는 마음 02

by 이수댁

지윤이와 함께한 지 18일째. 친정집에서 가족과 산모도우미의 지원을 받으며 육아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아기와 함께 먹고, 자고, 노는 패턴으로 하루를 보낸다. 같은 패턴의 하루가 반복되는데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흐른다. 아기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어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못하고 보내는 날도 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마사지와 산후 스트레칭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했는데, 집에 오니 운동할 마음의 여력은 부족하다. 운동이라 이름 붙이기보다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살면서 좋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차분하고, 일손이 빠른 산후 관리사님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관리사님은 평일 9시부터 18시까지 식사, 빨래, 청소, 아기 돌보기 등을 지원해주신다. 밤잠이 부족한데 관리사님이 계시는 낮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며 잠을 보충하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경험이 많은 관리사님께 초보 엄마의 다양한 질문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육아 경험과 지혜를 공유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친정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지윤이에게 “아엠 유아 그랜드 화더~”라며 영어로 말을 거시는 아빠, 육아를 시작한 딸을 누구보다 먼저 걱정하고 살뜰히 챙겨주시는 엄마, 퇴근 후 아기에게 밥 먹여주고 놀아주는 언니, 삼촌만 믿으라며 조카를 귀여워하는 남동생이 있어 육아의 힘듦 보다 기쁨을 더욱 크게 볼 수 있다. 사실 초보 엄마에게는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앞서고 무겁게 느껴진다. 그런데 손녀, 조카는 그저 예뻐하면 되니까 아이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롭다. 엄마로서 미숙하고 서툰 내 모습에 때로는 힘들고, 우울해질 때도 있는데 그럴 때 가족들과 지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면 부모님이 예전에 육아를 하던 방식과 부딪힐 때도 있다. 그럴 때 그 다름도 자연스러운 거라 받아들이고,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부딪치기보다 “네, 알겠어요. 다음에 그렇게 해볼게요.”라고 부드럽게 이야기하면서 넘어가는 게 좋은 것 같다. 엄마는 삼 남매를 키운 경험이 있으니 내가 계속해서 조언을 구하고, 상의할 수 있는 평생의 조력자니까. 엄마와 싸우지 말고 감사의 마음을 자주, 많이 전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와 티격태격하는 시간도 많다. 내 입장에서는 엄마께서 언니 결혼과 나의 산후조리를 동시에 신경 쓰시느라 혹여나 몸살이 나실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너무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새벽에 아기가 울면 깨서 내 방으로 오시곤 했다. 처음에는 수유자세를 잡기도 쉽지 않아 나와 아기가 둘 다 힘들어하니까 밤에는 그냥 분유를 먹이라고, 대신 먹이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조금 힘들더라도 모유수유 의지가 있는데 방해받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엄마께서는 아기가 울면 어떻게든 도와주시려고 내가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 무릎 위나 등 뒤로 쿠션을 대주셨다. 하지만 수유 자세가 잘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거슬리게 느껴졌다. 아기는 짜증이 나서 더 크게 울고, 내 마음은 조급해졌다. 그래서 엄마께 더 스트레스받으니까 그냥 방에 가서 주무시라고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어차피 나는 깨야하니까 엄마까지 무리하시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였는데, 삐딱하게 마음을 전달한 것이다. 엄마께서 잠은 더 주무실지언정 서운해하시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엄마께 사과하고, 내 마음을 고쳐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입장에서는 손녀보다 딸이 먼저 보인다. 내가 힘들어도 새벽에 깨서 아기를 돌보듯이 엄마도 힘들어도 엄마니까 나를 생각해서 와주시는 것이다. 그게 자연스러운 거다. 그러니 그 마음을 감사하게 받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아기는 운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울음으로 대신한다. 처음에는 “으앙~”하는 울음소리가 들릴 때 마음이 조급해지고,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그런데 육아는 장거리 마라톤이다. 계속해서 그럴 수는 없다. 쉽게 지칠 것이다. 오히려 아기가 우는 것은 자연스러우니 조금 울더라도 마음을 가다듬고, 무엇이 불편한지 살피고, 부드럽게 아기를 달래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옷을 갈아입힐 때, 모유수유를 할 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 아기가 불편해서 울면 멘붕에 빠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초보 엄마다. 미숙한 게 당연하다. 완벽하지 못해 아기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조금 더 가져야겠다. 우리는 한 팀이고, 조금씩 호흡을 맞춰가고 있으니까. 아기의 표정과 울음소리를 읽고, 불편함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미숙한 엄마의 손길에 불편함이 더해질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기에게 울지 말라고, 이해해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내 마음을 조절하는 게 더 필요한 것 같다.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 더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피고, 지금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해 나가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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