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먼저 행복해져야겠어

아기 키우는 마음

by 이수댁

11월 24일(화), 드라마 산후조리원 8부작이 모두 끝났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부터 제목이 ‘산후조리원’인 드라마가 11월에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1, 2화는 집에서 육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라 온 신경이 아기에게 가 있어서 본방사수를 못하고 재방송으로 챙겨봤다. 그리고 3화부터 8화까지는 모두 본방사수를 했다. 이제 막 출산을 하고 육아를 시작한 나에게 공감 가는 부분이 정말 많아서 울고 웃으며 본 인생 드라마 중 하나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이, 이름, 직업 등 ‘나’에 대한 정보는 중요하지 않다. 언제 출산했는지, 자연분만인지 제왕절개인지, 수유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산후조리원 퇴소 후 어떻게 육아를 시작할 건지 등 ‘누군가의 엄마’로서 존재하기 시작하는 첫 공간이다. 수유 콜이 오면 부리나케 달려가며 아기의 자고, 먹는 일과에 맞춰 지내는 연습을 하고, 기저귀 가는 법과 목욕시키는 법 등 기초적인 육아방법을 익히는 시간이다.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거나 경험하게 될 사람들 외에 일반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은 산후 세계를 드라마로 재미있게 만든 작가와 배우, 스태프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를 보면서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답게 포장된 출산과 육아를,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산모들의 마음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다뤘다는 점이다. 인별그램 등 sns를 보면 귀여운 아기 사진에 랜선 이모, 삼촌들이 반응하지만 그 뒤에는 훨씬 더 다채로운 순간들이 숨겨져 있다. 세상에 태어나 다양한 자극들을 받고, 자라는 아기들 옆에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함께 성장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다독여주는 대사와 장면들이 공감과 위로를 가져다주었다.


출산 후 크게 달라지는 점 중 하나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온전히 책임지는 보호자가 된다는 점이다. 내 몸을 회복하기도 전에 말하지 못하는 아기의 마음을 헤아리며 잠도 포기하고 아기에게 맞춰 지내야 한다. 모든 것이 서툴고 어색한 첫 아이의 경우에는 때로는 자책하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며 지치기도 한다.


물론 힘든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품하고, 트림하고, 방귀 뀌고, 대소변 보고, 때로는 한숨을 짓는 등 생리적인 현상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아기의 모습은 예상외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조금씩 목을 가누고, 울음소리가 커지고, 젖 빠는 힘과 다리를 차는 힘이 세지는 등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도 느낀다. 조금 적응할 만하다 싶으면 울면서 보채거나 잠을 자지 않는 등 성장통을 겪는 탓에 계속해서 방법을 찾고, 해결해가야 하는 점이 쉽지 않을 뿐.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는 ‘완벽한 엄마’가 되기보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엄마’가 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당신뿐만 아니라 많은 엄마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위로도 전해주었다.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 때로는 고되고 외롭지만 인생에서 얼마나 큰 행복이고, 감사한 일인지 느끼게 해 주었다. 잠이 부족하고 몸에 통증이 있으면 누구나 예민해진다. 그러니 아기에게 그렇듯 엄마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쉴 수 있도록 스스로 배려하고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늘 기억하자.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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