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20분...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에 뒤척이다가 글을 쓴다.
4시 35분에 지윤이가 깨서 수유를 했는데 다시 잠이 안 와서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아기와 함께 자면서 끙끙거리거나 뒤척이는 소리를 듣고, 얕은 잠이 들어 눈을 깜박이다가 깊은 잠으로 들어가 호흡이 가지런해지는 걸 느낀다. 처음에는 아기의 숨소리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고,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이제는 친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아기와의 시간이 익숙해진 것 같다.
요즘 지윤이는 정말 귀엽다. 오동통통 살이 올라 탱글탱글한 볼살이 트레이드마크! 눈을 맞추며 미소 짓거나 한층 다양해진 표정으로 옹알이를 하며 가족들과 소통을 하기도 한다. 아직 말을 못 하지만 마음은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아기를 키우면서 가장 감동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아 맑은 눈동자는 누구에게도 편견을 갖지 않고 미소 지어준다. 어떤 이야기도 방해하지 않고 들어준다. 사람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고, 받아준다. 그래서 가족들은 아기에게 다가가 속마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마음껏 예뻐해 준다. 어른들 마음의 빗장을 풀고 활짝 열린 마음을 선물하는 작은 사람의 존재가 참 고맙다.
어쩌다 보니 2주 정도 아빠, 엄마, 언니, 동생, 내가 오랜만에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서 살을 부딪치며 함께 지내고 있다. 가족은 가장 작은 사회이다. 함께 지내면서 암묵적으로 따라야 할 규칙이 있고, 서로 다른 성격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지내야 한다.
이십 대 초반에 독립해서 지내다가 결혼 후 아기를 낳고 부모님과 살아보니 예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가족들을 바라보게 된다. 아기가 나와 남편을 어떻게 대할지 거꾸로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마음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언니와 나는 결혼을 해서 제1 가족이 따로 있음을 인정하고, 5살 터울의 막내도 취업을 했으니 마냥 어린애가 아니라 독립해서 살아가는 성인으로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또 남편과 둘이 지낼 때와는 달리 아기 앞에서는 우리 부부가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고, 좋은 부모가 될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소중한 부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끔은 부딪치고, 반성하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확실히 출산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대하게 된다. 그만큼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내 몸을 희생해서 한 없이 사랑을 베푸는 경험은 인생을 살면서 소중한 경험인 것 같다. 매일 자라고 변하는 아기를 보면서 어떤 것을 쉽게 단정 짓거나 편견을 갖지 않고 조금 더 부드럽고 이해심 많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아기가, 파도 파도 끝없이 샘솟는 우물처럼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작은 사람이 나는 참 고맙다.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의 책 <초격차>에는 후배 사원을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대하라는 말이 있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면접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사람을 제대로 양성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리더가 되었을 때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 그 사람의 능력을 활용하려는 관점으로만 사람을 대하지 말고 타인을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키우는 관점에서 사람을 대하고 팀을 이끌어야 조직이 전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이해했다. 8년 넘게 일을 하면서도 막내를 벗어나지 못해 같은 팀에서 후배 사원과 일해본 경험이 없는데, 엄마의 마음을 먼저 배우고 후배 사원을 맞이한다면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을 줄이고 협업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종종 까칠하고 불편했던 여자 선배들이 출산 후 복직했을 때 한층 더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다른 평판을 얻었던 기억을 더듬어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