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by 이수댁

공연히 눈물이 나는 때가 있다.

예민하고 불만이 많아졌다.

다른 사람을 탓한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한다.

스스로가 못나 보인다.


출산 후 산모의 85%가 산후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호르몬과 환경이 달라져서 그렇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23살 때부터 쉼 없이 일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머리를 써서 계획하고, 실행하고, 성과를 내는데 익숙하다. 임신, 출산, 육아처럼 온몸으로 해내는 일은 익숙하지 않다.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무엇보다 힘든 건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기가 잠들었을 때 무언가 하려고 해도 잠에서 깨서 우는 소리가 들리면 달려가 달래준다. 집중하기도 어렵지만, 사이사이 집안일도 해야 하니 그런 시간을 갖는 것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내 상태가 어떤지 냉철하게 관찰하고,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남편은 내가 감성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육아하느라 밖에도 못 나가고, 힘든 시기라서 그렇다고 이해하고 날 웃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새벽에 출근해서 일하고, 쉬는 날에는 대전에 내려와 아기 돌보고 집안일하느라 본인도 힘들 텐데 깐깐한 아내 비위 맞추느라 고생이 많은 것 같다. 스스로 돌아봐도 최근 나는 집에서 가족들, 특히 동생과 지내면서 든 부정적인 감정을 남편한테 자주 털어놓았다. 우리가 함께하는 짧고도 소중한 시간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채울 때가 많았던 것이다. 사실 내가 예민하게 굴어서 오히려 가족들이 불편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을 텐데 거꾸로 행동했던 것 같다. 동생도 칭찬과 감사는 어색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누나가 미웠을 것이다. 남편도 불평불만이 많아진 아내의 모습이 점점 힘들게 느껴졌을 것이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우울감이 느껴질 때 단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 번씩 집 밖으로 나가서 바깥공기를 마시면 기분전환이 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들이 있다.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다시, 감사의 창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하루 세줄 감사일기를 써야겠다.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내야겠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낮잠도 자고, 틈틈이 책도 보면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냉철하게 구분하고 할 수 없는 건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를 가져야겠다. 육아휴직 중 승진 대상자가 되어 자격을 갖추기 위해 봉사활동과 어학시험을 신경 쓰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고, 사실 모든 자격을 갖췄다고 해도 승진이 될지 모르겠다. 이 또한 내 욕심인 것 같다. 그래도 최소한 필요한 기본 자격은 갖추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10월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게 잘게 쪼개서 실천하는 방법을 잘 생각해봐야겠다. 무리해서 잡은 계획은 스트레스만 가져다줄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막연히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있다. 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인지하고, 인정해야겠다. 복직 후에 부족함을 느끼는 게 있다면 그때그때 커버하려고 노력하면서 지내면 된다. 지금 모든 것을 다하려고 애쓰지 말자.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겠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것만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또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도,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해서 보낼 시간도 다 한때이다. 금방 지나가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인데 이렇게 감정 낭비하면서 지낼 수는 없지.


가족들은 이미 나를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지나고 있다. 그러니 괜히 화살을 그들에게 돌리지 말고 뾰족뾰족 모난 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둥글둥글하게 다듬어질 수 있도록 잘 살펴야겠다. 당분간은 누군가에게 착한 사람이 되는 것도 포기하고 오직 내 자신과 아기를 잘 돌보며 지내야겠다. 그것만으로도 벅차고,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거니까. 그렇게 한다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할 일을 하는 거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부모님 품 안에서 따스한 밥 먹고, 조금이나마 편히 쉴 수 있을 때 편안하게 지내면서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다. 그래야 서울에 올라가서도 내 가정을 평안하게 지킬 수 있을 테니...


자기 분석과 반성, 고백은 여기까지...

My story begin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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