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자신감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034

by 이수댁


신생아 때와 비교해서 잘 먹고, 트림도 잘하고, 덜 게워낸다. 모유수유를 할 때는 가슴에, 분유를 먹을 때는 우유병에 손을 대고 받칠 줄도 안다. 어젯밤 분유 수유를 할 때는 우유병에서 손을 떼고 가슴에 받친 채 먹여보기도 했다. 꼼지락꼼지락 내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우유병을 잡고 먹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먹으면서 엄마랑 눈도 잘 마주치는데 눈 맞춤을 넘어 눈싸움을 하는 것처럼 깜박거리지 않는다. 아기를 돌보는 일에 경험이 쌓일수록 요령도 생기고 마음의 여유도 갖게 된다.


그러면서 한동안 왜 자존감이 낮아졌는지도 되돌아본다. 추운 날씨와 코로나 19가 조심스러워서 바깥 외출을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 아기를 두고 나가는 것도 쉽지 않고... 혼자서 운동을 하거나 햇빛을 쬐는 시간이 부족했다. 집에서 운동하는 것도 아기가 깨면 몇 분 만에 끊기고, 너무 피곤해서 포기하고 잠드는 날도 많았다. 운동과 햇빛 쬐기는 몸과 마음 건강을 위해서 중요하고, 우선순위에 두고 실천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아침, 저녁 시간에 잠깐이라도 짬을 내서 산책을 하고 나니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운동과 명상을 우선순위에 두고 챙겨야겠다.


출산 후 호르몬 변화도 크지만 아기에 대한 모성, 보호본능도 사실 내게 그리 익숙한 감정은 아니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가족들에게 손 씻었는지 먼저 확인하고, 우유병을 턱에 받치고 티비를 보면서 수유하시는 아빠께 아기한테 집중해서 먹여야 한다고 걱정과 잔소리가 심했다. 아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늘 예민하게 지켜보고 가족들에게 부드럽게 말하지 못했다. 호위무사처럼 아기를 최우선에 두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에 가족들도 서운했을 거다. 내가 까탈스럽고 유난스럽게 굴어도 가족이기에 이해해주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가족들과 대치해서 지내는 것 같은 예민한 내 모습에 스스로 스트레스받기도 했다. 부모님께서는 삼 남매를 키우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요령껏 더 편하게 아기를 보신 건데 불안한 마음이 컸다. 특히 동생이 아기를 돌보고 싶어 해도 처음이라 어설픈 모습을 보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나 자신도 육아 경험이 없고, 자신감이 부족하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의 폭이 좁았다. 점점 육아에 요령이 생기고,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니 아기의 반응이나 상태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고 가족들에게도 좀 더 유연해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늘 경제활동을 하다가 중단된 것도 큰 변화였다. 일하면서 경제적인 보상을 받고, 취미활동 등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통해 충전하곤 했는데 육아와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경제적인 보상도 없다. 24시간 아기에게 신경 쓰다 보니 취미는커녕 나를 돌아볼 여력조차 없다 보니 내가 사라지는 게 이런 거구나 느껴졌다. 마음속에는 늘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하지 못하는 갈등에 마음이 늘 소용돌이쳤고, 하나도 챙기지 못한 나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집에서 꾸밀 이유도, 여력도 없다 보니 거울 속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지금 시기에는 육아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욕심을 부린 것도 있고, 그런 상황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도전을 해보고 작은 선물로 보상해보면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려면 냉철하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한계를 인정하는 마음도 중요하다.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곤하지 않게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도 꼭 필요하고... 그렇게 엄마가 된 내 모습을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줘야겠다.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타인의 눈빛과 말투, 태도에 쉽게 휘둘려서 감정 조절을 해야 하고 상처도 많이 받는다. 이번 기회를 계기 삼아 평소에 마음 수련을 하면서 내 마음의 주인이 되려고 노력해야겠다.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내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많아질 테니 꼭 필요한 훈련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깨닫고, 노력할 수 있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발견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