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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Feb 20. 2017

두 딸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김예원 변호사의 Law Essay

글쓴이 : 김예원 변호사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 사법연수원을 41기로 수료한 후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동천 소속 공익변호사를 거쳐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에서 상임변호사로 일했다. 6년간 심각한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를 구조하고 대리하였고, 장애인 인권 관련 공익소송을 기획하여 수행하였다. 현재 다양한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 사례를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인권교육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장애인 인권 관련 제도와 정책 개선을 위한 매뉴얼, 연구, 논문을 지속적으로 집필, 발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별로 당황하지 않는 성격인 나도, 느닷없이 사무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는 사람을 만나면 깜짝 놀라게 된다.


점심을 먹고 오후 일을 시작하려는 찰나,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어떤 40대 여성분이 후다닥 들어오셨다.

“변호사님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제가요 너무 억울해서요 살 수가 없어요! 제가 정말 억울하거든요??”

일단 진정을 시켜드리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진정을 못하시고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신다. 그제서야 이 분이 현재 조증(躁症)상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두 딸이 있는데요. 제가 이 두 딸들이 얼마나 많이 보고 싶은데 저한테서 빼앗아 가서 얼굴도 못보게 해서요 제가 매일 죽고만 싶어요!!”

계속 흥분상태에서 말씀을 쏟아내셨다. 이 분의 상태를 여쭤보니, 정신장애 등록이 되어 있다고 하신다. 드시고 있는 약의 종류를 보니 조울증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원활한 상담을 위해서 나도 함께 하이톤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어머나! 그러셨어요? 언제부터요? 왜요? 누가요? 어디에서요?”

이렇게 속사포처럼 질문공세를 하자, 조금 누그러지는 기세를 보이더니 서로의 대화 속도가 조금씩 맞아가고 있었다. 


“제가 두 딸이 있는데요. 그 딸들도 저를 얼마나 보고싶어 하는지 몰라요. 그런데 계속 사람들이 못 만나게 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 꾀임에 넘어가서 엄마를 찾지도 않나봐요”

계속 반복되는 주장 속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되는 내용을 추려서 이해를 해 보았다. 


‘이 여성은 두 딸이 있고, 그 자매들은 미성년인 때 친엄마인 이 여성과 헤어졌다, 그리고 이 여성은 그 이후로 두 딸을 못 만나서 몹시 억울하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상담을 하는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눈물이 나왔다.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소속, 직위 등을 최대한 티가 안 나게 받아 적었다.


“여기서 이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제가 따님들이 어디에 있는지, 혹시 만날 수는 있는지 한 번 알아볼 수 있는 데까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나서 등장인물 중 경찰서에 근무하는 것으로 보이는 분을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으신 분도 이 여성의 이름을 들으시더니 비교적 쉽게 사건을 기억해 내서 반가웠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00씨가 딸들을 찾는다고요? 절대로 만나게 하면 안 됩니다.”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해도 이유도 말할 수 없고, 그냥 안된다는 것이다. 


“아니 개명천지에 친엄마가 아이들을 못 만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지금 이 분이 정신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이러시는 건가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강하게 항의하자, 다른 전화번호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바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 번호는 아동 관련 기관 번호였다. 그리고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00씨는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자주 신체적으로 학대했습니다. 저희가 경찰과 함께 아이들을 분리해서 안전한 곳에서 양육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엄마를 많이 무서워하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아이들을 엄마와 만나게 해 드릴 수 없습니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 이야기만 듣고 믿을 수가 없어서 사건번호나 기소된 죄명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다. 이 사건은 그 지역사회에서는 비교적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상담하고 있던 이 분이 사실은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였던 것이다.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껏 상담한 이 여성은 일부러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지만, 정신장애로 인하여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진술한 부분도 있다. 정신장애 증상 완화를 위하여 먹는 약이 대체로 굉장히 독해서 이전 기억을 흐리게 하거나 왜곡기억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떼었다. 


“어머니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따님 분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렵겠습니다. 다행히 지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딸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 자의로 엄마에게 연락하여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물론 내 설명을 조금도 수긍하지 않으셨다. 여러 곳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이렇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예상 밖의 쌍방곡선을 그릴 때, 장애 특성으로 인해 그 곡선이 결국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될 것을 직감할 때, 큰 허탈감을 느낀다.




대신 어머니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자조모임을 소개해 드렸다. 좋은 만남과 관계를 통해 회복과 치유가 있으시길 기도하며 뒤돌아 가시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뒤돌아 가던 그 쓸쓸한 어깨가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혹시 지금은 성인이 된 그 자녀들을 만나셨을까? 자조모임은 한 번이라도 나가 보셨을까? ‘정신장애’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마시길 그렇게 여러 번 부탁드렸는데, 그 말들을 얼마나 마음에 담아가셨을지도 궁금했다. 그러면서도 그 아이들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지, 얼마나 엄마가 원망스럽고 무서웠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저릿하다. 


누군가의 장애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무슨 장애, 몇 급’으로 규정되기에 사람은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존재이다. 특히 정신 장애는 그 결이 다양하고 어렵기에, 섣불리 편견을 가지고 접근하면 백전백패이다.


생각보다 자주 만나는 이런 상황에 대한 정답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럴 때 ‘장애인’의 ‘장애’를 떼고 ‘사람’을 들여다본다.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생각보다 많은 숫자가 정신적인 아픔과 질병을 경험하고 있지만, 결국 그 모든 삶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것도 우리네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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