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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01. 2017

개념 : 사후확신편향

■ Intro


주자 1루 상황에서 감독은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 A상황 : 번트 성공해서 주자는 2루로 진루했고 다음 타자가 안타를 쳐서 1득점 올림.
▷ B상황 : 번트 실패해서 아웃카운트 늘어나고 다음 타자가 병살타 쳐서 공격기회 날려버림.

같은 감독의 지시인데도 그 결과에 따라 우리는 이렇게 평가한다.

▷ A의 경우
“내 그럴 줄 알았어. 역시 김감독은 작전 야구의 화신이야. 더구나 저 타자는 번트에 일가견이 있잖아. 이렇게 효율적인 야구를 하다니. 아우, 통쾌해!”


▷ B의 경우


“내 이럴 줄 알았어. 아니 왜 거기서 번트를 대고 G랄이야! 타자 표정 보니 번트 대는 것에 영 자신이 없어 보이더만. 기회만 날려 먹었잖아. 강공(强攻)으로 나갔어야지. 왜 저리 번트대는 걸 좋아해? 젠장!”


■ 개념 / 의미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은 사후 설명 편향, 사후 판단 편향, 뒷북 편향이라고도 하며, 영어에선 knew-it-all-along effect(그럴 줄 알았어 효과)라고도 하는데 '사건의 결과를 알고 난 뒤에 “그럴 줄 알았다”고 마치 스스로가 사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는 심리상황'을 의미한다. 이미 결과가 드러난 상태에서 사건의 전개 과정을 거꾸로 더듬어 꿰어 맞추고는 처음부터 그렇게 사건이 진행될 줄 알았다는 식이다. 상반된 결과에 대해 각각의 당연한 분석을 사후에 들이댈 때 흔히 나타난다.

선견지명(先見之明)에 빗대서 hindsight bias를 ‘후견지명(後見之明)’이라고도 한다.


■ 유래


이 성향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75년 Baruch Fischoff 와 Ruth Beyth의 연구실험 덕분이다. 


Baruch Fischoff 교수

그들은 참가자들에게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베이징과 모스크바를 방문한 뒤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한 결과들의 가능성을 예측해 볼 것을 주문했다. 참가자들은 각자 나름의 가능성을 기재했다.

그들은 닉슨이 돌아온 뒤 참가자들을 다시 불러 모은 다음 자신이 예측한 것이 어느 정도 맞았는지 점검해 보도록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사전에 자신이 예측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치의 적중가능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거봐요, 내가 이번 회담은 성공적일 거라고 했잖아요).

이 연구가 실린 논문 제목의 일부인 “나는 그렇게 될 줄 알았지(I knew it would happen)”라는 현상이 ‘그럴 줄 알았어 효과(knew-it-all-along effect)’라고도 불리는 계기가 되었다.


■ 몇 가지 예


# 1

'전쟁에서 적응을 잘하는 사람은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는 결과가 있다고 하면 ‘당연하지! 교육을 많이 받으면 스트레스 해소 능력이 향상되고 상황 적응 능력도 높아지기 때문이지’라고 말한다.

반대로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전쟁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결과를 소개하면 ‘당연하지. 생각이 너무 많으면 힘들어. 단순한 게 최고야’라고 말한다.

# 2

어떤 큰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면 언론은 “예고된 참사”라거나 “인재(人災)”라는 말을 즐겨쓴다. 충분히 예상되었다는 결과론적인 접근인 셈

# 3

2008년 금융위기를 회상해 보면 이미 2006년 이전부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문제가 생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사후에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 발생 원인


인간은 특정 사건을 기억하고 회상할 때 '인지 재구축'이란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인지 재구축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있는 부분은 강화하고 관련이 없거나 약한 부분은 축소하여 나중에 확정된 결과와 일치시키는 식으로 작동한다.  기억은 현재의 상황을 정당화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지 재구축'은 기억을 현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는 과정인 셈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인간은 해당 사건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이미 발생했던 사건과 관련있어 보이는 부분은 강화되고, 해당 결과와 관련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은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문제점 / 유의사항


결과론적인 설명을 마치 진리인 양 오인하게 한다.

성공한 기업들의 8가지 습관’류의 책에서 볼 수 있듯이 보듯이 이미 성공한 기업들의 과거를 되짚어 가면서 ‘바로 이러 저러한 점들 때문에 성공했습니다!’라고 일반화시키지만 그것이 진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결과로 원인을 때려맞추는 어설픔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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