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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Sep 16. 2015

협상의 버팀목 BATNA

협상을 진행할 때 ‘만약 이 협상이 깨질 경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면', 협상자는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믿을 구석’을 협상론에서는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BATNA는 ‘협상을 통한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 정도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김 대리는 내년 연봉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김 대리 연봉이 3,000만 원인데, 김 대리는 내년 연봉으로 3,500만 원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최근 어느 헤드헌팅 업체가 김 대리에게 경쟁사로 자리를 옮기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 왔다. 그 헤드헌팅 업체가 제시한 경쟁사의 입사 조건은 현재 회사와 같은 대리직급 보장에 연봉 3,300만 원이었다.     


김 대리의 이번 연봉협상에서 그의 BATNA는 ‘연봉 3,300만 원에 경쟁회사로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BATNA가 있으면 협상을 진행할 때 다음과 같은 세가지 장점이 있다.     



가. 협상력 강화     


협상자에게 BATNA가 있으면 BATNA가 없을 때보다 훨씬 자신감 있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BATNA는 협상자의 ‘믿는 구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협상을 시작할 때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거나 위축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만약 이 협상이 제대로 안되면 나는 어떡하나?’라는 불안감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따라서 이 협상이 제대로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도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훨씬 자신감 있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 협상의 객관적 기준 파악     


협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도움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협상이 치열하게 진행되면 협상의 본래 목적은 잊어버리고 어떻게든 결과를 내기 위해서 안감힘을 쓰게 된다. ‘그 동안 내가 쓴 시간이 얼만데. 그래도 뭔가 결과를 만들어야 해’라는 강박관념을 갖는 경우도 있다.     

BATNA의 중요한 기능은 협상의 본래 목적을 깨우쳐 준다는 데 있다. 내 BATNA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BATNA보다 나은 제안이라면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만, BATNA보다 못한 제안이 계속 제시되면 협상을 결렬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이처럼 BATNA가 있으면 내가 협상을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리고 양보를 하더라도 어느 선까지 양보를 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 판단 근거가 생긴다는 좋은 점이 있다.      


다. 상대방에 대한 압박전술로 활용     


협상가들은 협상을 진행하다 적절한 때에 BATNA를 슬쩍 내보이기도 한다.     

‘사실 말이죠, B사에서는 저희들에게 단가 10만 원에 납품할 수도 있다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저희들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거든요. 물론 사장님과는 계속 거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만, 워낙 B사에서 좋은 조건을 내거는 바람에 저희 회사 내부적으로 흔들리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제가 걱정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BATNA가 지금 상대방의 제안보다 좋은 내용이라면, 우리와 계약을 하고 싶은 상대방은 분명 압박감을 느끼면서, 새로운 제안을 고민하게 될 확률이 크다.      


※ 실제 협상 자리에서는 ‘가짜’ BATNA를 제시하면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BATNA를 악용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제시하는 BATNA가 과연 근거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 사실 여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BATNA는 협상자의 협상력을 증대시키는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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