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우성 변호사 Sep 16. 2015

마지막에 걸림돌이 될 사항을 먼저 논의하라

중국 협상전략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중심으로


중국인의 여러가지 협상전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구동존이(求同存異)’다.      


원래 “서경(書經)”에 나오는 원문에는 “구대동존소이(求大同存라小異)”라고 되어 있다. ‘대동’은 큰 틀에서 본 상대방과 나의 같은 생각이며, ‘소이’는 조그만 관점의 차이다. ‘대동소이하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크게 보면 같고, 작은 관점에서 다르니 서로 이해하자는 의미인데, 협상 시 대동의 관점에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조그만 차이는 차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자는 이 원칙은 중국인의 아주 오래된 전통이다. 

특히 주은래는 이 전술을 중국 외교의 제1원칙으로 삼았었다.      




물론 만나서 서로 다른 점만 찾으려 한다면 협상을 해보기도 전에 공감대가 형성되지도 못하고 협상은 깨질 것이다. 그래서 서로 같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인은 이 전술을 자신들에게 아주 유리하게 이용한다.     


미국이 중국과 외교를 할 때, 미국이 중국의 인권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면 중국은 ‘구동존이’를 외치면서 공동 관심사를 찾아보자고 한다. 경제협력이니 문화교류니 많은 공통점을 이야기하다보면 서로에 대한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결국 지금 입장이 다른 의견의 차이는 저절로 해소될 있을 거란 논리다.     

무역을 하던 상담을 하던 중국인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상대가 누구든 우호적이다. 어떤 문제에서 의견 차이가 나더라도 그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자고 하면 그들은 ‘구동존이’를 외친다. 작은 의견 차이는 뒤로 미루고 같은 점을 이야기하자고 한다. 이 원칙이 협상을 우호적으로 이끌고 쌍방의 관계를 좋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간혹 중국인이 입이 닳도록 외치는 이 원칙에 그대로 끌려가다보면 나중에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조그만 이견의 차이라고 생각하며 표면화시키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지난날 접어 두었던 그 조그만 차이를 꺼내 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세우기 전엔 문제도 안 된다고 강조하던 그 조그만 의견 차이가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나서는 마치 큰 문제인 양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면 왜 미리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따지지 않았던가 후회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몇 가지 충돌을 겪다 보면 결국 정상적인 공장운영이 어렵게 되고, 최초 투자유치를 위해 ‘구동존이’를 외치던 많은 고위 관리들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을”이 “갑”과 협상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소 의견이 대립되는 부분에 대해서 “갑”은 “이는 나중에 해결하면 됩니다”라면서 뒤로 미룰 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미뤄놓았던 것이 협상 막바지에는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실무자가 “협상 진행이 잘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를 한 상황이라면 아주 입장이 난처해지게 된다.     


따라서 다소 힘들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될 만한 민감한 이슈는 협상 초기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솔직한 입장을 나누는 것이 꼭 필요하다. 폭탄은 원래 깊이 묻어두면 그 폭발력이 더 큰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른 사람을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