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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Sep 16. 2015

다른 사람을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

협상력이 크면 클수록 결과는 내게 유리해진다. 협상력을 손에 쥐는 좋은 방법은, ‘나를 찾는 곳이 엄청나게 많아서 이 일에 그다지 목을 매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는 그걸 아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질문이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강력한 의미가 숨어 있다.      


‘나한테 꼭 필요한 일은 아니다. 나는 최고니까 그쪽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협상은 관두겠다.’      


제 때에 “다른 사람을 추천 드려도 될까요?”라고 질문하면, 효과는 뛰어나며 더 유리한 조건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질문을 하기 좋은 타이밍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이다. 이 쪽이 제시한 가격에 상대가 난색을 표하거나, 싼 값을 부르고 그보다 더 올려줄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등이다. 이 때 “다른 사람을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라고 질문함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판돈을 올리게 하거나, 상대의 협상력을 시험대에 올릴 수 있다.     



이 질문이 효과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빤히 보이는 상대방의 허세에 ‘해볼테면 해보라’라고 맞불을 놓는다. 언제든 협상을 그만 둘 의향이 있다는 걸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2) 상대가 이쪽과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다면, 제안 내용을 재고해 봐야 한다는 걸 상기시킨다.     

3) ‘협상을 그만두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전달할 뿐 아니라 경쟁자인 타인을 적극적으로 추천할 정도로 극도의 자신감을 과시한다.     


이 질문은 당신이 최고라는 평판이 존재해야만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질문을 쓰기에 가장 좋은 상황은 ‘상대 역시 내 명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다. 그 여부를 알려면, 상대가 어떻게 나를 찾아오게 됐는지 물어보면 된다. 추천이나 명성 덕분에 나를 찾아온 것이라면 “다른 사람을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는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된다.     


그러나 상대가 다수의 대상에게 전화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면, 이 질문은 외려 역효과를 내기 쉽다. 평판 등의 배경 정보 없이 그저 여기저기 타진 중인 거라면, 질보다는 싼 값에 더 관심을 두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이 갖는 또 하나의 이점은 경쟁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당장에 해결할 수 없는 업무를 경쟁자에게 넘겨주는 건 지혜로운 행동이다. 경쟁자 역시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거래를 이쪽에 넘겨줌으로써 보답할 것이다.     


보통 추천으로 경쟁자에게 가게 될 경우, 고객은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생색을 내고 싶으면 경쟁자에게 미리 연락을 해두는 게 좋다.     


등 뒤에 칼을 꽂는 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정말 좋은 경쟁자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전화나 이메일로 구체적인 결렬사유(가격, 조건, 괴팍함)를 알려 주는 것도 좋다. 악조건을 감안해서 그 거래를 추진할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경쟁자의 선택이다.     


▶ “다른 사람을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에 대한 방어법     


이 질문을 받으면 “그 쪽과 잘 되면 좋겠지만, 다른 데를 추천해 준다면 고맙게 받겠다”는 맥락으로 대답하는 것이 좋다.     

‘싫다’는 대답은 피해야 한다. 협상 포지션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싫다’고 대답할 바에는 차라리 ‘무조건 좋다’고 대답하는 편이 낫다. ‘좋다’고 대답한 후에는 적어도 협상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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