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인생내공
후한(後漢)의 학자인 곽태(郭泰)는 덕행이 훌륭한 정인군자(正人君子, 마음씨 올바른 군자)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사람을 잘 알아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죽자 사방의 선비 천여 명이 모여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그가 남긴 일화 중 하나.
어느 날 곽태는 우연히 길에서 한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독장수였다.
독을 진 젊은이의 뒤를 따라 걷던 곽태는 그의 독 짐에서 독이 하나 굴러 떨어져 바닥에서 깨지는 광경을 보게 된다.
당연히 깜짝 놀라 독지게를 세우고 안타까워하는 독장수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그 독장수는 별다른 동요 없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던 길을그대로 변함없이 걸어가는 것이었다.
오히려 놀란 것은 곽태.
곽태는 젊은이를 불러 세우고 물었다.
"당신 짐에서 독이 땅에 떨어져 깨졌는데 어찌 그리 무심하도록 돌아보지도 않는 것이오?"
그러자 그 젊은이는 대답했다.
"이미 떨어져 독은 깨졌거늘 되돌아본들
깨진 독이 다시 붙기라도 한단 말이오?"
곽태는 그 젊은이의 대답에 깜짝 놀라 통성명하니 그는 맹민(孟敏)이라는 사람으로 아직 집안이 가난하여 학문 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매일매일 독을 팔아 노모를 봉양하며 사는 무지한사나이에 불과함을 알게 되었다.
곽태는 젊은이에게 글을 배워 볼 것을 권하니 젊은이는 쾌히 반색하여 곽태는 그를 가르쳐 후에 큰 인물로 만들었다.
이미 다 이루어진 일이라 말해서 무엇하며,
결국 다 된 일이라 이래라저래가 간하지 않겠으며,
다 지나간 일이라 허물을 탓하지 않겠다.
논어 팔일(八佾)편에 나오는 말로서, 공자가, 제자인 재아(宰我)의 부적절한 처신을 전해 듣고 한 말이다. 화를 낼 만도 한데 이정도 선에서 그치고 만다. 재아의 인품을 알아본 공자로서는 탓해봐야 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서 그런말을 한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얽매여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깝고 아쉬운 마음에 자꾸되돌아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미 되돌이킬 수 없음을 인지하고 이를 그대로 잊어버리는 것. 이 또한 지혜의 영역이다.
이와 비슷한 가르침을 주는 채근담 구절이다.
이미끝나버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는 그대에게
쿨한 독장수 맹민의 일화가 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