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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Nov 15. 2017

내마음을 알아주는 이 – 지음(知音)

조우성변호사의 생활인문학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헤아려주고 그에 맞는 반응을 해주는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극진한 사이를 나타내는 말로 ‘지음(知音)’이 있다. 음을 알아준다? 

이는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 명수 백아(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의 고사(故事)에서 비롯된 말로 출전은 <열자(列子)>와<여씨춘추(呂氏春秋)>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높은 관리 중 백아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거문고에 아주능했다. 그가 거문고를 타면 여섯 필의 말이 풀을 뜯다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한다. 



귀족인 백아는 나무꾼인 종자기(鍾子期)와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신분을초월한 우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백아가 연주하는 거문고의 그윽한 경지를 종자기가 깊이 알아주었기 때문이다.


백아가 고산준령을 마음에 그리고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하늘높이 우뚝 솟은 모습이 마치 태산 같습니다.”리 했고, 백아가유장한 대하(大河)를 묘사하려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도도한 강물의 흐름이 흡사 황하 같습니다”라 평했다. 백아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은 종자기에게 백아가 감복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백아는 종자기를 앞에 두고 연주하면서 기량이 더 원숙해짐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종자기가 병들어 세상을 떠났다. 백아는 비통해했다. 그는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리고 죽는 날까지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이를 가리켜 백아절현(伯牙絶絃 ; 백아가 거문고의 줄을 끊다) 또는 백아파금(伯牙破琴 ; 백아가 거문고를 부수다)이라 한다.


백아는 왜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을까.

백아의 상실감이 그런 행동을 하게 했으리라.

내가 듣고 즐기기 위해 거문고를 탈 수도 있다. 백아도 원래처음에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거문고 소리를 제대로 알아주는 종자기를 만나면서 백아에게 거문고는 단순히자기만족을 위한 수단이 아닌 친구와의 격조 높은 소통 방법이 되었다. 자신의 음악이 종자기로 인해 더빛남을 느꼈으리라.


백아에게 거문고는 중요했다. 아니 전부였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제대로 알아주는 종자기였기에 백아는 종자기를 흠모하고 존경했던 것이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사라져버렸다. 내거문고 소리의 그윽한 경지를 알아 줄 사람이 더 이상세상에 없다. 사람들은 그냥 내 명성을 보고 ‘아, 아름다운 연주입니다’라고칭송하겠지만 그런 입 발린 소리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백아는 견디기 힘든 상실감을 느꼈으리라. 


명심보감에는 두 종류의 친구를 소개한다. 그 첫번째가주식형제요 두번째가 급난지붕이다. 


'주식형제(酒食兄弟)' 

말 그대로 '술 마시고 밥 먹을 때 형 동생하며 친근함을표시하는 관계다. 술 마시고 밥 먹을 때는 좋을 때를 의미한다. 이때는호형호제하면서 평생 함께 하자 맹세한다. 하지만 과연 서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나아가 힘들고어려울 때도 그 관계가 그대로 유지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급난지붕(急難之朋)'

급하고 어려울 때 나와 함께 있어주는 친구다. 그냥 의리가좋다고 급난지붕이 되지는 않는다. 서로에 대한 전인격적인 이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이해하는 사이. 그런전인격적인 이해가 있어야 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고 그를 위해 나를 던질 수도 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 누구인가? 나아가 나 역시 누군가의 지음이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차고 넘치는 스마트폰 주소록을 검색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팟캐스트 듣기

http://www.podbbang.com/ch/13345?e=2225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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