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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04. 2016

ThinkHow : '토사구팽'은 배신에 관한 이야기?

조우성 변호사의 Think How

Know How 보다 중요한 Think How. 미래를 대비하는 '생각법'을 고민해 보는 연재물입니다.



충성을 다했는데 헌신짝처럼 버림을 받는 상황을 나타내는 사자성어.


토사구팽(兎死狗烹; 兎 토끼 토/死 죽을 사/狗 개 구/烹 삶을 팽).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솥에 삶겨 죽음을 맞이한다.’

     

사마천 사기에 보면, 월왕 구천의 신하였던 범려가 동료인 문종에게 조심하라고 조언하는 장면과, 그리고 한왕 유방을 도와 대업을 이루었던 대장군 한신이 역모로 몰려 죽임을 당하는 장면에서 ‘토사구팽’이 등장한다.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큰 공까지 세운 사람을 내치다니... 토사구팽 당하는 이의 마음은 배신감으로 차오를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토사구팽의 이면(裏面)은 무엇일까?

토사구팽에 ‘배신의 텍스트’ 이상의 의미는 없을까?      




영웅담을 들먹이는 것의 위험함     


언제나 처음은 초라하다.

하지만 모진 역경을 이겨내고 큰 성공을 이뤄냈다. 우리는 이런 영웅스토리에 감동한다. 그 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은 가슴 벅차다. 그들은 이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그 순간을 말해주고 싶다.      


“솔직히 지금 사장님은 그 때 비하면 용 되신 거지. 그때 어땠는지 알아?”     


예전의 무용담을 늘어놓을 때 이를 언짢게 바라보는 눈빛이 있다. 이젠 말 그대로 구름 위의 용이 되었는데, 자꾸 그 용의 지렁이 시절 이야기를 늘어놓는 창업공신. 용은 심기가 불편하다.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변하지 않는 당신은 위험하다.      


날랜 토끼를 사냥하려면 그 이상 빠른 다리를 가진 사냥개가 필요하다. 또한 충분히 거칠어야 한다. 눈빛만으로도 토끼가 겁을 먹고 자지러지면 더 좋다. 주인은 그런 사냥개를 찾는다.


드디어 토끼 사냥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젠 편히 토끼를 잡아먹으면 된다. 사냥개에게도 적절한 상이 주어진다.


하지만 사냥개는 계속 사냥을 하고 싶다. 으르렁거리며 사냥감을 찾는다. 잔치에 온 손님들은 사냥개 때문에 무서워하다가 몇 명은 떠나버린다. 주인은 사냥이 끝났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사냥개는 본래 주특기를 숨기지 못한다. 과잉 전투력이 주인을 성가시게 한다.


1막이 끝났으면 2막에 따른 역할과 대사를 준비해야 한다,

사냥개는 경호견 아카데미에 등록하거나 달리기 연습을 좀 더 해서 주인의 프라이드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경주견이 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계속 1막 속에 머물러 있으면 무대에서 퇴출되고 만다.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을 고집할 때(왕년에 내가~) 그는 내쳐지거나 주위사람들로부터 배척받는다.      




토끼는 사냥개의 적인가?


주인은 왜 사냥개가 필요했나? 토끼를 잡기 위해서였다. 더 이상 잡을 토끼가 없으면 사냥개는 필요 없다.

사냥개는 미친 듯이 토끼를 잡으려 했다. 살기를 띠고. 하지만 토끼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이 같이 간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뫼비우스 띠인가.     


지금 맹목적으로 쫓는 그 토끼가 사라지고 나면 나 역시 사라지지 않을까. 내가 조직에서 이룬 성과가 결국 내 효용가치를 없애버린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물론 토끼는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니다. 언제든 또 사냥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토끼 사냥이 아니라 늑대 사냥이 필요하다면 토끼 사냥에 특화된 나는 어떻게 되나.


그렇다면 토끼는 과연 내 적인가, 동지인가.

관계의 역동성을 생각해 본다.     




조직의 성공이 조직원에게는 위기?


관계가 언제까지 그대로 갈 것이라 장담하지 말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 관계다. 더구나 그것이 수직적인 질서 속의 관계라면.

같이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면 그때부터 새로운 갈등의 싹이 튼다.     


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 시작할 때 고용된 직원은 아무래도 젊고 경험이 적으며 연봉이 적은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회사의 성장가능성을 기대하고 열과 성을 다한다. 사업 내용이 수시로 바뀌지만 불평 없이 여러 가지 일을 해낸다.

성과가 나오고 외부에서 투자금도 들어온다. 그러자 그 직원들의 가치가 하락한다. 회사의 성장 속도가 그들의 성장 속도를 뛰어 넘었다.


이제는 회사 예산에 여유가 생겨 각각의 업무에 풍부한 경험이 있는 우수한 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직원들이 오히려 짐이 되는 순간이 도래한다. 사장은 더 능력 있는 직원들을 원하게 된다. 회사 초기부터 함께 했던 것 때문에 능력 이상의 포지션을 주려 하지 않는다.      

성공을 이룬 조직의 조직원들은 긴장해야 한다.

조직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는 조직원에게는 조직의 성공 자체가 비극이다.


물론 마지막까지 조직원을 챙기는 그런 리더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리더들이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난 배신 당했어요’라며 억울해 할 일만 남는다.

사실 이미 조짐이 있었건만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 따름인데...          





조우성의 Think How     


- 과거의 무용담에 도취되지 말자. 이를 언짢아 하는 사람도 있다.


- 1막이 끝났으면 2막에 따른 역할과 대사를 준비해야 한다. 1막 속에 머물러 있으면 퇴출되고 만다.


- 토끼를 잡는 내 능력은 토끼가 사라지고 나면 무의미하다, 토끼를 전멸시키는 것이 타당한가? 예상치 않던 질문이다.


- 조직의 성공이 조직원 전부에게 유익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는 조직원에게는 조직의 성공 자체가 비극이다.


-  ‘토사구팽’은 배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에 대한 적응, 관계의 역동성에 대한 심오한 메타포다.     


약점은 언제나 짐스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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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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