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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Nov 15. 2017

널리 받아들이는 포용력 - 하해불택세류

조우성변호사의 생활인문학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는 전국시대 진(秦)의 중신이었던 이사(李斯)가 남긴 글에 나오는 문구로, ‘강과 바다는 개울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역하면 큰 인물은 소인(小人)이나 사소한 말도 가리지않고 다 받아들임을 이르는 말인데, 그 유래가 재미있다.



진시황이 전국(戰國)시대 7국을 통일하기 전, 진(秦)나라는한(韓)나라 출신 정국(鄭國)의 조언으로 치수(治水)사업을 벌이게 된다. 많은 인원과 비용이 드는대공사.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니 진 나라 세력이 갈수록 강대해지는 것을 경계한한 나라가 진 나라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정국으로 하여금 이런 조언을 하게 했던 것. 



이를 알게 된 진 나라 왕은 화가 났다. 진 나라 바깥 사람들은 진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진 나라에 있던 모든 객경(客卿 ; 외국에서 온 관리)을국외로 추방하라는 축객령(逐客令)을 내린다.


당시 진 나라에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던 초나라 출신 이사(李斯). 그에게 축객령은 청천벽력이었다. 당장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이사가 진 왕에게 올린 글이 바로 간축객서(諫逐客書)인데,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나 유명한 문장이라 『문선(文選)』이나 『고문사류찬(古文辭類纂)』, 『사기(史記)』·「이사열전(李斯列傳)」뿐만 아니라 전해오는 여러 고문선집류(古文選集類) 등에서 전해 진다.



간축객서의 주요 내용은 진 나라가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다른 여섯나라의 인재를 널리 등용해야지 폐쇄적인 정책을 쓰면 안 됨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중 유명한 문장이 나온다.


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태산불양토양 고능성기대)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하해불택세류 고능취기심)

王者不却衆庶 故能明其德 (왕자불각중서 고능명기덕)


태산은한 웅큼의 흙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높은 산을 이룰 수 있고, 

큰 강과바다는 작은 물줄기의 냇물이라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야만 깊어질 수 있으며, 

왕은 어떠한 백성도 뿌리치지않아야 자신의 덕을 천하에 밝힐 수 있습니다.


진 왕은 이사의 간축객서를 읽고 마음을 돌려 축객령을 철회하고 에전처럼다른 나라의 인재들을 널리 등용했으며, 결국 전국시대를 통일할 수 있었다.

진시황의 편협함을 이사가 잘 깨우쳐 준 셈이다.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NIH는 ‘여기서개발한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인데, 직접 내부에서 개발하지않은 외부의 기술이나 연구성과는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 조직문화 또는 태도를 일컫는다. 


이와 반대되는 태도가 바로 ‘오픈이노베이션’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버클리대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2003년에 제시한 개념이다. 기업 내부의 R&D활동을 중시하는 것이 ‘폐쇄형 혁신’이었고 아웃소싱이 한쪽 방향으로 역량을 이동시키는 것이라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외부 자원을맹신하는 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순혈주의의 편협함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은 명심할 필요가있다. 큰 일을 이루려면 포용력이 필요하다.



관련 팟캐스트 듣기

http://www.podbbang.com/ch/13345?e=2224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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