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변호사의 생활인문학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충고를 들을 때면 반발적으로 튀어 나오는 말.
“내가 회사 주인도 아닌데무슨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건지…”
주인은 어차피 주인이니 당연히 주인의식을 가질 터.
그렇다면 주인이 아닌 이에게 주인의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주인이 아니라도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설파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당나라고승 임제선사가 그다
임제선사의 설법을 정리한 <임제록>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
‘어느 장소에서든 주체적일수 있다면(주인의식을 갖는다면), 그 서는 곳은 모두 참된곳이다’
장소가 바뀌면 외물(外物)이 바뀐다. 외물이 바뀌면 이를 대하는 내 마음자체도 바뀐다. 익숙함이 사라지니 모든 것이 생소하다. 경계심이절로 생겨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더 위축된다.
하지만 임제선사는 말한다. 외물(外物)에 휘둘려 몸과 마음의노예가 되어서는 안되며, 스스로 몸과 마음을 부리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어디서든 나그네나 머슴이 아닌 주인 같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살라고.
어디에 가건 지금 있는 그 곳이 바로 내 자신의 자리임을 깨닫는 것은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현재내가 처한 곳에 초점을 맞추어 거기서 의미와 행복을 찾는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마음 아파하기보다는, 내가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노력한다.
‘수처작주’에서 ‘수처(隨處; 어느 장소)’란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장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며, 명확한 현실직시를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이 수처작주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소동파는 한때 중국의 최남단 오지인 해남도에 7년간 귀양살이를 했다. 하지만 그의 긍정적인 성품은 그를 절망에 빠뜨리지 않았다. 유배기간 동안 그는 주민들과 동화되어 유쾌한 교제를 즐겼고 이는 그의 작품세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추사 김정희도 제주도 유배 9년의 세월을 결코 원망의 나날이 아닌 학문과 예술을 승화하는 계기로 삼았고, 18년간 유배생활을 한 다산 정약용은 그 기간 동안 500여권의 책을 저술하며 값지게 보냈다. 이것이야 말로 수처작주 입처개진이 아니겠는가.
수처작주의 구체적인 행동방식을 제시한 이가 있다.
명나라 말기 양명학자 육상객은 수처작주를 위해 육연(六然)을 주장했다.
주변의 환경에 따라서 흔들리지 말고 초연하며 (자처초연-自處超然)
사람에 따라서 감정을 달리하지 말고 초연하며 (처인초연-處人超然)
일이 많아 바빠도 일에 쫓기지 말고 초연하게 (유사초연-有事超然)
일이 없더라도 불안하게 생각 말고 초연하게 (무사초연-無事超然)
뜻을 이루고 성공해도 들뜨지 않고 담담하게 (득의담연-得意澹然)
최선을 다하였으나 실패했더라도 태연스러워라. (실의태연-失意泰然)
입으로만 하는 주인의식이 아닌 진정한 행동이 뒤따르는 주인으로서의 몸 가짐, 마음 가짐을 가져보자. 우리네 삶이 훨씬 빛나지 않겠는가.
관련 팟캐스트 듣기
http://www.podbbang.com/ch/13345?e=22322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