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심 탈렙'의 '행운에 속지마라' 중에서.
* comment : 저자는 이 부분에서 '운'으로 획득한 것과 '실력'으로 획득한 것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운'으로 획득한 것을 '자신의 실력'으로 얻은 것인양 오해한다고 보았다. 그렇다. 남이 이룬 것은 화려해 보이고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 대상이 사상누각이고 언제든 무너질 수 있으며, 사실은 운에 기초한 것이기에 이를 제대로 manage하지 못하면 더 큰 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운'이 아닌 '실력'으로 얻어야 한다.
# 1
갑과 을 두 이웃이 살고 있다고 가정하자. 갑은 경비원인데 로또에 당첨되어 부촌으로 이사 왔고, 이웃에 사는 을은 지난 35년 동안 하루에 여덟시간씩 치아를 치료하면서 살아온 평범한 의사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단조롭기 짝이 없으므로, 을이 치대 좋업 후 인생을 수천번 다시 산다고 해도 그 결과는 비교적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최상의 경우라면 뉴욕의 파크 애비뉴에 사는 부자들의 치아를 치료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변두리 컨테이너로 가득찬 마을에서 치아를 치료할 것이다. 반면 갑은 인생을 100만 번 다시 산다고 해도 거의 전부 경비원으로 살아갈 것이고(로또 구입에 수없이 헛돈만 쓰면서), 100만 번에 한 번 로또에 당첨될 것이다.
# 2
한 분야의 실적은 결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며, 역사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경우의 대체비용도 고려해야 한다(이렇게 다른 사건들로 대체하는 것을 대체 역사 alternative history라고 부른다).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결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대체역사를 실패자들의 변명이라고 생각한다(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결정이 타당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대체역사라는 생소한 개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한 괴짜 재벌이 러시안 룰렛을 하여 살아남으면 1,0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다고 가정하자. 러시안 룰렛은 6연발 권총에 총알을 한 발만 넣어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역사 하나가 실현되며, 여섯개의 역사 모두 발생할 확률이 같다. 여섯 개 가운데 다섯개는 돈을 버는 역사이고, 하나는 난감한 부고 기사를 신문에 올려야 하는 역사다. 이때 확인할 수 있는 역사는 단 하나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누군가 1,000만 달러를 벌게 되면 언론에서는 멍청하게도 그를 찬양하고 칭송할 것이다. 내가 18년간의 직장 생활 동안 월스트리트에서 만났던 거의 모든 언론인이 그러하든(이들의 역할은 단지 우연히 나온 실적을 추인하는 일에 불과하다) 대중도 겉으로 드러나는 재산만 볼 뿐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가족, 친구, 이웃들이 러시안룰렛 승자를 역할 모델로 삼기라도 한다면 어쩌겠는가?
# 3
러시안룰렛을 하려면 어느 정도 생각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게임을 계속한다면 결국 불행한 역사를 만나게 되 것이다. 만일 25세 청년이 1년 에 한 번씩 러시안룰렛을 한다면, 그가 50회 생일을 맞이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하지만 이 게임이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서 예컨데 25세 청년이 수천 명이나 된다면, 우리는 몇 몇 생존자를 보게 될 것이다(극소수의 생존자는 엄청난 부자가 되고 나머지는 무덤에 묻힐 것이다).
내가 다음과 같이 대체 회계의 개념을 제시하면 독자들은 별나다고 생각할 것이다. 러시안 룰렛으로 배팅하여 번 1,000만 달러와 치과를 열심히 운영해서 번 1,000만 달러는 가치가 다르다. 룰렛으로 번 돈이 운에 더 크게 좌우되는 점만 제외하면, 둘 다 구매력면에서는 똑같은 돈이다. 회계사가 보기에도 똑같고, 이웃이 보기에도 똑같은 돈이다. 그래도 나는 두 돈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