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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12. 2022

변호사로서 스스로 '꺾였다'고 느낀 순간

변호사라는 직업으로 산지 25년째(since 1997). 특히 소송업무를 많이 한 송무변호사로서, 스스로 '검투사'라는 이미지를 안고 살려했다.


의뢰인의 요청을 받아 검과 방패를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가 상대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결국은 승리를 쟁취하는 일.


이러한 승부의 세계가 좋았고, 특히 상대의 숨통을 끊을 때(!!) 검투사로서의 쾌감을 느끼며, 의뢰인과 축배를 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싸움에서 이기고 나도 기쁘다기 보다는 '지지 않아서 다행이다'는 생각. 그리고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얼마나 힘이 들까'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분쟁은 쌍방의 과실이 결합된다. 하지만 재판 제도상 어느 일방이 100% 승소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렇게 이기게 되면 검투사로서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된다.


지는 경우야 말할 수 없이 속이 쓰리지만


이기는 경우도 예전에는 해맑게 좋기만 했다면, 언제부턴가는 상대방의 입장이 이해되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예전에는 다이내믹하고 짜릿했던 그 승부의 세계가


이제는 많이 부담스럽다.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가...


승부의 세계에 예전과 같은 희열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으니


송무변호사로서는 한풀 꺾인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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