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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29. 2022

경고장 발송의 문제점

# 1


“변호사님, 홈쇼핑측에 경고장을 날려주세요.”



의뢰인인 박 사장은 최 변호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박 사장은 기능성 파마기 제조업체를 운영 중이다. 여러 개의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경쟁업체(A사)에서 파마기를 만들어서 여러 홈쇼핑에 납품하고 있는데, 그 파마기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 2


“그럼 A사가 사장님 특허를 침해했다는 증빙 같은 게 있나요? 예를 들어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 같은 걸 제기해서 결정을 받았다든지...”



그러자 박 사장 왈. “에휴, 특허심판원 절차 밟으려면 시간이 엄청 걸려요. 일단 저희가 거래하는 변리사님으로부터, A사 파마기가 제 특허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받은 게 있습니다.”



# 3


“네. 그럼 A사로 경고장을 보내는 것이 순서겠네요.”



그러자 박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변호사님. 어차피 A사에게 보내봐야 먹히지도 않습니다. A사 보다는 A사가 현재 파마기를 납품하는 홈쇼핑 회사에 바로 경고장을 보내 주시죠. 홈쇼핑 회사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법률 분쟁에 휘말리는 두려워하기 때문에, 변호사님 명의로 ‘A사 제품은 특허침해의 소지가 크니 팔지 말도록 해라’라고 보내주시면, A사 제품을 다 내릴 겁니다. 이래야 A사가 겁을 먹죠.”



# 4


들어보니 그럴 것도 같았다.


그래서 최 변호사는 A사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B, C, D 홈쇼핑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1) 박 사장은 특허권자다.


2) A사의 파마기 제품은 박 사장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다.


3)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특허법 위반이다.


4) 당장 A사 파마기 판매를 중단하라. 만약 그러지 않으면, 당신네들에게 법적 조치할 것이다.



# 5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홈쇼핑 회사들은 분쟁에 휘말릴 것에 대비해서 A사 파마기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자 A사는 박 사장과 최 변호사를 상대로 위 경고장 보낸 것을 문제 삼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박 사장과 최 변호사는 상당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는 자가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 확인의 청구를 하거나 법원에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가처분신청을 하지도 않은 채 변리사의 판단에만 근거하여 마치 상대방 제품이 특허권을 침해한 것처럼 상대방의 거래처인 홈쇼핑회사에 판매 금지, 제품 폐기, 사과문 게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강력한 경고장을 발송하여 홈쇼핑회사로 하여금 예정된 홈쇼핑 방송을 취소하도록 한 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해 상대방의 영업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위법성이 인정되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 6


이 일을 계기로 최 변호사는 경고장 보내는 일은 안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정말 별 걱정 없이 쉽게 경고장을 보냈는데, 함부로 보냈다가는 큰 홍역을 치를 수 있음을 배웠기 때문이다.



* 이 사안은 대전지방법원 2009. 12. 4. 선고 2008가합7844 판결 외 이와 비슷한 취시의 판결들의 사실관계를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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