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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l 04. 2022

나이에 대한 단상

#1


매듭을 지어주는 나이가 있다.



불혹(不惑)이라 불리는 40. 


30대 때는 하루빨리 40이 되고 싶었다. 그때쯤 되면 흔들림 없는(불혹) 진짜 어른이 될 것 같았기에. 하지만 나이만 먹었지 어른이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다음 Mile stone은 50. 


30대 때는 40이란 나이가 기다려졌지만, 40대 때는 50이란 나이가 기다려지지 않았다. ‘50이라고? 아 끔찍하다...’라며 손사례를 쳤다.


50은 지천명(知天命), 내 천명을 아는 나이라는 건데. 



50이 넘어가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이 많다. 본격적으로 서글퍼지는 시점.



#2


TV나 신문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나오면 습관적으로 내 나이와 비교해보았다. 운동선수든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모두 나보다 한참 어른일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은 웬만해서는 나보다 어리다. 정치인 중에서도 나보다 어린 사람이 많아졌다. 내 나이가 훌쩍 많아진 것이다. 이러면 마음이 조급해 진다. 별로 이룬 것도 없는데, 이미 잘나가는 사람보다 내 나이가 많아졌다니.



#3


변호사로서 생활을 해오면서, 예전 내 선배 변호사들의 어떤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



‘이야, 그렇게 날리던 오변호사님이 그때 나이가 30대 중반이었네? 내가 하늘같이 올려다본 그 양반이 완전 애기였잖아? 난 30대 중반에도 빌빌거렸는데’.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쟁쟁한 선배들이 활약하던 시점의 나이가 의외로 어린 것을 확인하고는 새삼 놀라기도 하고 분발하려 노력도 했다.



#4


이 못지 않게 부모님과 내 나이를 비교해 보는 때도 있다. 



‘예전에 우리 집에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아버지 연세가... 잉? 겨우 30대 초반이셨어? 완전 애긴데? 그 일을 겪어내셨단 말야?’ 라면서 놀랄 때가 있고 때로는 ‘그래도 내가 이 부분은 아버지보단 빨랐네. 부끄럽지는 않겠어’라면서 스스로 위로하곤 했다.



#5


이 사람과 비교해 보고 저 사람과 비교해 보면서 때로는 허탈해 하고 때로는 뿌듯해 하는 이 나이 계산 놀이. 나만 하는 건 아니리라.



내 자식들도 나중에 ‘아빠가 그때 연세가 얼마였는데 이렇게 우리를 키우시고 이런 일을 하셨어.’ 라고 생각하겠지?


하루 하루 나이 먹어감의 준엄함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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