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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l 05. 2022

단상 : 조롱과 경멸의 위험성

#1


인터넷에서 우연히 A의 글을 보았다. 역시 누군가를 조롱하고 있었다. 아주 교묘히. 


공개된 온라인상에서 굳이 저러고 싶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유명세가 있는 사람인데... 


예전에 업무치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런 식이었다. 



#2


‘조롱 : 비웃거나 깔보면서 놀림’


‘경멸 : 깔보며 업신여김’


관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태도는 바로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경멸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다. 


화를 내는 것과는 다르다. 조롱과 경멸은 ‘내가 당신보다는 우위에 있어’라는 느낌을 갖고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3 


말콤 글래드웰의 책 <블랭크(Blink)>를 보면, 부부간의 대화장면을 담은 비디오만 보고서는 ‘과연 이 부부가 10년 뒤에도 계속 같이 살지 아니면 이혼을 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전문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전문가는 부부간의 대화 속에서 딱 한가지 표정에 주목한다고 한다. 상대방에 대해서 경멸의 표정을 짓는지 여부.



서로에게 화를 내는 부부는 오히려 건강한 관계일 수 있으니 경멸의 표현이 자주 나온다면 그 관계는 대단히 위험하다는 의미. 실제 그 전문가의 예측은 거의 들어맞았단다.



#3


누군가로부터 조롱이나 경멸을 받게 되면 그 사람은 ‘복수심’에 사로 잡힌다. <복수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앙갚음하겠다는 마음은 그 사람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주입한다. 소송 상담을 하다보면, 돈 문제 못지않게 그러한 복수심이 사람을 얼마나 독하게 만드는지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



조롱이나 경멸은 내 처지가 좋을 때 은연 중에 드러난다. 세상 사람들이 내 발밑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경우 평소 같잖게 생각하던 사람에게 이런 감정이 드러난다.



#4


‘누군가를 잘되게 하기는 힘들어도 못되게 하기는 쉽다’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로부터 조롱을 받은 사람은 ‘억하심정’을 가질 수밖에 없고, 어떻게든 그것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인생을 살면서 ‘잠재적인 적’을 하나 만들어 두는 것이다. 이 어찌 바보같은 짓이 아니겠는가.



#5


중국의 뛰어난 처세서인 <채근담>은 내 자랑 하지 말고 내 공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넘겨주고 허물이 있으면 내가 일부를 갖고 오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래야만 험한 인생행로를 온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내 공만 챙기고 허물은 상대방에게만 주는 사람에게는 적이 생긴다. 그 적들이 어떤 식으로 나를 공격할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그런 것이니...



#6


한때는 정말 잘나갔던 A의 누군가를 조롱하는 글을 보면서, ‘아, 이 분, 이 버릇 고치지 않으면 계속 적을 만들텐데...’라는 걱정이 들었다. 뭔가 또 하나를 이루신 모양이다. 어쩌면 저리 투명하실까.



* 바디랭귀지 연구의 대가인 폴 에크먼(Paul Ekman) 박사는, ‘경멸(Condemption)’이라는 감정은 아주 특이하게도 비대칭적인 얼굴표정(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그만큼 상대방은 은연 중에도 쉽게 알아차린다는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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