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게 하는 문구(14) 군자불기
#1
자왈, 군자불기
子曰. 君子不器
공자는 말했다. “군자는 (쓰임새가 한정되어 있는) 그릇 같은 존재가 아니다.”
- 논어 위정편 -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군자(君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두루 살피고 원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
공자가 언급한 그릇은 제기(祭器) 또는 예기(禮器)를 일컫는다.
사가(私家)나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예기나 제기는 엄격히 각기 용도에 따른 구분이 있어 모든 곡식이나 음식이 담기는 그릇이 달라 그 생김새나 모양이 각양각색이었다.
군자는 그러한 예기나 제기의 제한된 소용처럼 자신이 하는 일의 전문에만 제한되는 꼭 막힌 인간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릇은 각기 다양한 음식이 담기기에 꼭 맞게 소용대로 만들어지게 마련인데, 사람이 그리 된다면 그 사람은 곧 한 가지 전문적 기능만 가진 인재에 불과하게 되는바, 이는 군자라 이를 수 없다는 의미다.
#3
공자는 군자야 말로 學則不固(학즉불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논어 학이편 -
바르게 배우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좁은 생각에 사로잡혀 완고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
사람은 한 가지 자기 재주나 전문에만 고루하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자기의 전문이 아닌 다른 다양함을 용납하고 다양한 분야의 식견을 받아들이는 인간형이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4
지금은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철학과 IT가 만나고,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며, 동양학과 서양학이 만나는 시대다.
공자가 이상적 인간형으로 주장한 군자의 모습이 바로 이러한 융합, 통섭의 인간형이라 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평소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여러 책에서 전문가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지만 이것을 강조하다 보면 전체적인 밸런스를 놓치게 된다고 했다, 경영은 경영상의 문제를 다루는 업무이지, 개발, 재무, 인사의 한 부분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즉 경영자는 종합적인 지식과 식견이 있을 때만이 이들을 한꺼번에 파악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효율적 경영자론>이라는 책에서 리더는 ‘전문성(Speacilaty)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전문(專門) 자체는 하나의 단편에 불과하여 아무런 성과도 생산하지 못한다. 한 전문가의 산출물이 다른 전문가의 산출물과 결합될 때 비로소 전체로서의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전문가를 일반가로 교육하는가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전문가로 하여금 그 자신과 그 전문을 정녕 효과적으로 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5
결국 리더는 전체적인 관리자로서 악단의 지휘자에 비유할 수 있다. 그의 조정활동은 서로 다른 전문가, 연주가들 간에 조화성 있는 일체적 관계를 수립하는 데 있다.
쓰임새가 없는 것은 큰 문제다.
하지만 제한된 쓰임새로 나 자신이 한정되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