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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 조화석습

by 조우성 변호사

나를 돌아보게 하는 문구(25) 조화석습



#1


‘朝花夕拾’(조화석습)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중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루쉰(魯迅)이 즐겨 쓴 말이란다.



여기서 ‘아침 꽃’이라 함은 ‘아침에 떨어진 꽃’을 말하는데, 결국 이 구절의 뜻은 ‘아침에 떨어진 꽃을 바로 치우지 않고 귀하게 여겨 오랫동안 두고 본 후 저녁이 되어야 줍는다’이다.



#2


조화석습은 어떤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식으로 대응하지 않고, 저녁까지 담대하게 기다린 다음에 매듭짓는 것이 현명한 처세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렇게 해석하니 아침에 떨어진 꼿을 황혼녘에서야 줍는 이의 마음에서 겸허와 아량의 여유가 느껴진다.



#3



약장제거무비초 호취간래총시화(若將除去無非草 好取看來總是花)



'나쁘다고 베어 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고, 좋다고 두고 보자니 모두 꽃이다.'


주자가 한 말이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


내 느낌으로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가에 따라


잡초로도 보이고 꽃으로도 보인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또는 속단하지 말고 시간을 두어 지켜보면


좋은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 기다림의 미학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은 천천히 세상을 보고, 조금은 깊게 세상을 생각하는 지혜.


기다림의 미학을 떠올려 본다.


조화석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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