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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결과로 말한다

인사이드 로펌

by 조우성 변호사



오늘 S사와 고문계약을 체결했다. S사는 GPS관련 원천기술을 갖고 영업을 하는 중견 업체이다. 그 동안 S사는 법무법인 A와 거래를 하다가 이번에 그 법무법인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우리 사무실과 새롭게 고문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처럼 기존의 고문관계를 해지하고 새롭게 다른 법률사무소와 고문계약을 체결하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특히 기존 법률사무소에 대한 불만 때문에 그와 같은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S사 대표이사와 식사를 나누면서 도대체 무슨 불만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 보았다.

내용인 즉 최근 그 법무법인이 S사가 의뢰한 사건 2건에 대해서 연달아 패소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건 내용을 들어보니 결코 승소하기 쉽지 않은 건이었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그 사건은 저희 법무법인이 맡아서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승소를 장담하기 힘든 사건인데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S사 대표이사는 다음과 같이 속내를 밝혔다.

‘솔직히 우리들은 법에 대해서 문외한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거금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변호사님은 사건 중간 중간에라도 이 사건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해주길 바라지요. 하지만 변호사님은 그런 설명도 거의 하지 않으셨고, 준비서면이나 증인신문사항 같은 것도 회사 측에서 초안을 만들어서 보내주면 변호사님이 그것을 수정한 다음 회사로부터 컨펌을 받은 다음에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컨펌도 받지도 않은 채 먼저 법원에 제출해 버리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나중에 법원에 제출된 최종본을 받아보면 회사 측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었고요.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소송 중간에 충분히 향후 소송에 대한 전망도 설명해 주고, 아울러 우리의 유 · 불리점을 미리 고지해 주었다면 나쁜 결과가 나와도 우리가 업무처리 못한 결과라는 점을 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텐데, 그러한 설명이 충분히 없으니 결과에 더 수긍이 안갈 뿐만 아니라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의뢰인의 이와 같은 이야기는 한 두 번 들어본 것이 아니다. 변호사들 스스로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용서되고, 결과가 나쁘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용없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이는 그 동안의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실이 아니다.

소송 진행과정에서 의뢰인과 원만한 협조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관계가 많이 틀어진 경우에는, 설사 소송결과가 좋게 나왔다 하더라도 의뢰인은 ‘어차피 당연하게 이길 사건을 이긴 건데 뭐. 변호사가 잘해서 이긴 건가?’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반대로 소송결과가 안 좋게 나와도 담당 변호사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중간 중간 소송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의 유 · 불리점을 객관적으로 언급해 주면, 의뢰인으로서는 그 패소의 결과가 변호사의 불성실이나 무능 때문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과거의 사실(대부분은 의뢰인 스스로의 실수들일테지만) 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한편 변호사에게는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

참 특이한 것은, 의뢰인 스스로 마음의 정리를 하게 되면, 설령 패소하더라도 그 사건에 대해서 큰 아쉬움을 갖지 않는 점이다.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다. 변호사로서는 결과가 안 좋은 것 때문에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지만, 정작 의뢰인은 그 모든 문제가 자신의 잘못에서 기인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재판에서 변호사가 하는 일은 한편으로는 판사를 설득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의뢰인을 설득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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