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로펌
로펌 변호사들의 출퇴근시간은 어떻게 될까? 의뢰인들은 이 점을 꽤나 궁금하게 생각한다. 아침 9시 반쯤 전화해보면 비서들이 머뭇거리면서 ‘저 잠깐 세면장 가셨는데요’라고 말하는데 어째 아직 출근 안한 듯한 분위기고, 또 저녁 식사 같이 하고 9시가 다 되었는데도 다시 일하러 사무실에 들어간다고 하면 ‘대체 이 시간에 들어가서 다시 일을 한단 말인가?’라면서 갸우뚱하기도 한다.
통상 로펌 변호사들은 출근은 일반 회사원들보다 좀 늦고, 퇴근 시간은 많이 늦는 편이다.
사실 변호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자기가 맡고 있는 사건을 문제없이 처리하면 되는 것이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출퇴근 시간은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의뢰인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working-hour에는 같이 일을 하는 편이 업무수행에 도움이 된다.
변호사들(특히 로펌 변호사들) 대부분이 밤에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는 이유는, 낮에는 걸려오는 전화나 상담 때문에 차분히 앉아서 일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변호사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재판을 위한 여러 서면(소장, 답변서, 준비서면, 변론요지서, 상고이유서 등)을 작성하는 것이며, 이러한 서면 작성은 고도의 집중을 요한다.
하지만 현재 60 - 70건 정도의 사건을 보유하고 있는 로펌변호사들로서는 각 사건마다 의뢰인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오기 때문에 낮에는 중간 중간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재판이 몇 건 있는 날에는 법원에 들락날락 해야 하므로, 결국 정상적인 업무가 끝난 18:00 이후부터가 진정으로 일할 시간이 되는 것이다.
우리 사무실의 경우 1년차부터 10년차 정도까지 그나마 한창 일할 나이 변호사들의 평균 퇴근시간은 아마 23:00쯤 될 것이다. 새벽 3-4시까지 있는 변호사들도 상당수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예전에 서소문에 위치해 있을 때는 빌딩 관리인이 23:30이면 아예 문을 잠궈버리기 때문에 23:30 이후에까지 사무실에서 일할 요량이면 아예 밤샘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06:00에 출입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무실이 역삼동으로 옮겨 올 때 사무실로 사용할 빌딩을 고르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자정 넘어까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지금의 한국타이어 빌딩이고, 전체 18층 중 법무법인 태평양은 3층부터 12층까지 10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이 빌딩은 관리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새벽까지 일하고서도 집에 갈 수 있어서 참 좋다(지금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시간도 새벽 2시가 넘었다).
이렇듯 야근하는 경우가 많으니 자연히 출근시간은 일반 직장인들보다는 다소 늦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오전 재판이 보통 10시에 시작하므로, 재판이 있는 날(화, 수, 목, 금)은 늦어도 9시 30분까지는 사무실에 나와야 만이 재판에 출석할 수 있다.
로펌에서는 선배변호사들이 심야에 한번씩 후배들의 방을 쓰~윽 순찰하기도 한다. 만약 어떤 신참 변호사가 몇 일 계속 밤 10시 이전에 퇴근하면, 금방 선배들 사이에 소문이 돈다. “그 친구 일이 별로 없나? 일을 좀 더 줘야겠는데...‘라거나 ”자세가 안되었구만. 변호사 생활은 초반 몇 년이 제일 중요한데 말야. 내가 불러서 한마디 해줘야겠어.“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건 자체의 승소를 위해서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눈에 불을 켜고 퇴근 시간을 잊은 채 기록을 파헤집는 것이 우리 사무실 젊은 변호사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