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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기난부의 직업, 변호사

인사이드 로펌

by 조우성 변호사

전 감사원장이자 인권변호사인 한 분은 강연에서 변호사 직업을 "굶는 것은 면할 수 있으나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면기난부(免飢難富)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이 말은 세상의 무수한 진리 중 하나처럼, 나의 가슴에 와 닿는다. 어쩌면 변호사라는 직업은 풍족함보다는 겸손함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매일 언론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접하지만, 대다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소박한 일상 속에서도, 변호사들은 그들만의 작은 세계를 이루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예를 들어보자. 코스피나 코스닥의 아무 종목이나 찍어 그 재무정보를 살펴보면, 웬만한 기업은 매출 1,000억 원을 가볍게 넘긴다. 매출 1조가 넘는 기업도 부지기수다. 이에 비해, 로펌의 세계는 그야말로 다른 차원이다. 매출 100억 원만 넘어도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차이는 변호사들의 세계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곳인지를 보여준다.

로펌의 수입은 대부분 인건비로 소진되고, 변호사들의 수는 끊임없이 변한다. 이러한 불안정성 속에서도 변호사들은 그들의 길을 걷는다. 몇 천억 규모의 M&A 딜을 성사시켰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자문료는 그리 크지 않다. 실제 사업을 하는 이들에 비해, 변호사나 회계사들의 매출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일 뿐이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이 돈다.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은 실제로 자신의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벌어도 그리 많지 않아. 사업가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지. 그 차이가 크지." 이러한 말들은 변호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통찰하는 듯하다.

최근에 만난 신입 변호사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는 그리 대단한 직업이 아니야. 큰 일을 하는 사람들 옆에서 조언을 더하는 사람일 뿐이지." 이 말은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때때로 큰 꿈을 꾸게 하지만, 그 꿈의 이면에는 끊임없는 노력과 겸손이 자리 잡고 있다.

변호사라는 길은 화려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인간의 깊은 고민과 삶의 진리를 배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나에게 변호사라는 직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변호사의 삶은 단순히 법률적 지식을 넘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여정이다. 그 여정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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