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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스트블뤼테(Angstblüte)

by 조우성 변호사

[인생내공] (25)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 불안 속에 피는 꽃

#1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를 돌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외감을 갖는다. 좌절할 수도 있을 텐데도 그 상황을 극복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이런 돌파는 자연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2

꽃은 왜 필까? 이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현실적으로 보면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꽃은 꽃가루를 통해 다른 식물과 수정하여 씨앗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씨앗은 다음 세대를 이어갈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식물의 종족 번식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만약 식물이 가뭄, 병충해, 혹은 극심한 추위와 같은 위기에 처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생존을 위협받는 동시에 종족 번식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3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위기 상황에 놓인 식물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는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라는 거다. 이런 작용을 하는 데에는 몇가지 과학적 메카니즘이 작용한다.

① 위기 상황을 감지하면 식물 체내(体内)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앱시스산, 에틸렌, 실리실산, 자스몬산)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꽃을 피우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활성화하여 꽃눈 발달을 촉진시킨다.

② 식물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꽃 피우는 데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잎이나 줄기가 시들거나 성장이 멈출 수도 있다.


#4

식물의 이러한 현상을 독일어로 앙스트블뤼테라고 한다.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는 독일어로 '공포, 두려움, 불안'을 뜻하는 앙스트(Angst)와 ‘개화, 만발, 전성기’를 뜻하는 블뤼테(Blüte)의 합성어로 ‘불안 속에 피는 꽃’으로 의역할 수 있다. 이렇듯 앙스트블뤼테는 우리에게 ① 위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 ② 극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의지, ③ 변화에 대한 적응력, ④ 최후의 순간까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세, ⑤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의 강인함을 비유적으로 제시한다.


#5

세계적인 바이올린인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에 의해 17세기와 18세기 초에 제작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특별한 음향 특성은 그 사용된 목재가 자란 환경에 기인한다는 점을 밝혔다. 소위 "작은 빙하기(Little Ice Age)"라고 불리는 시기에 유럽의 기후는 평소보다 더 추웠고, 이로 인해 나무들이 느리게 자라면서 목재의 밀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밀도 높은 목재는 바이올린 제작에 사용될 때 더욱 풍부하고 깊은 소리를 내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시련과 고난을 겪으며 자란 나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아름다움이 꽃피울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6

영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은 앙스트블뤼테를 통해 인간의 끈질긴 희망과 자유에 대한 의지를 탐구한다. 억울하게 살인죄를 저질러 종신형을 선고받은 앤디 듀프레인은 쇼생크 교도소의 어두운 환경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교도소 내에 도서관을 세우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수십 년에 걸친 교도소 생활 동안 자유를 향한 꿈을 키워간다.

앤디의 교도소 탈출은 그의 불굴의 의지와 희망의 꽃이 결실을 맺는 순간을 상징한다. 이 영화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인간의 능력을 강조하며, 어떤 환경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용기를 전달한다.


#7

이렇듯 앙스트블뤼테는 단순한 꽃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강력한 상징이다.

지금 내가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다면, 이는 더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한 숭고한 준비과정이라는 생각을 갖고, 이 시간을 버텨내야겠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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