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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립여수 호행사병

by 조우성 변호사


응립여수 호행사병


채근담에 보면 ‘응립여수 호행사병(鷹立如睡 虎行似病)'이란 말이 나온다.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이 든 듯 걷는다'라는 뜻이다. 고수는 안에 날카로운 것을 분명 갖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오히려 허술해 보인다는 의미다. 일전에 살펴본 <노자 도덕경>의 ’화광동진‘과 일맥상통한다.


중요한 것은 그냥 조는 듯 병든 듯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의식은 날카롭게 깨어 있어서 결정적인 기회의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일 때는 상대방이 긴장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힘을 빼라는 거다.


우리가 어떤 일에 몰두할 때, 그 열정은 때로는 우리를 빠르게 나아가게 만들지만, 그 속도 때문에 주변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도 쉽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노력의 방향이 맞는지 주기적으로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때로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조언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으니, 그런 의견들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길이 올바른지도 꾸준히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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