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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밤샘 근무, 사무실이 내 집이 되다

by 조우성 변호사

4. 밤샘 근무, 사무실이 내 집이 되다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로펌에 입성한 지 6개월. 그 시간은 내 자존감을 바닥까지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서울 서소문로에 위치한 신아빌딩, 태평양 로펌이 자리 잡은 이 붉은 벽돌 건물은 이제 내 삶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넓은 창문을 통해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 나는 선배들이 던져주는 숱한 업무들을 해내려 밤낮으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번번이 결과물은 엉망이었다.

특히 이형석 변호사가 맡긴 일들은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그와 나는 팀 내 최악의 궁합으로 소문났다. 그의 꼼꼼하고 엄격한 성격, 완벽주의적 태도가 나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아침, 이 변호사가 내 책상으로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빨간 펜으로 가득 첨삭된 내 초안이 들려 있었다. 사무실 특유의 종이와 커피 향이 섞인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조 변호사, 이게 뭐니? 이런 기초적인 실수를 해?”

나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변명은 금물이야. 항상 만전을 기해야 해. 알겠어?"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 말을 내뱉으며 나는 속으로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돼. 뭔가 달라져야 해.'


그날 밤, 나는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 남기로 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동안, 나는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사무실은 점점 고요해졌고,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졌다. 빛나는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별처럼 반짝이며 나를 응원하는 듯했다.


시계가 자정을 가리킬 무렵, 나는 여전히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피로가 몰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렇게라도 해야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포기하지 말자.'


새벽 3시, 더 이상 눈을 뜰 수 없을 때쯤 의자 두어 개를 연결해 임시 침대를 만들었다. 딱딱한 의자 위에서 불편한 자세로 눈을 감았다. 사무실의 냉방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지만, 이 또한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 믿었다.


아침 6시 30분, 청소 아주머니의 걸레질 소리에 잠에서 깼다. 화장실에서 급하게 세수를 하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초췌했지만, 눈빛은 더욱 또렷해져 있었다. 마치 '좀비 변호사'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좀비는 판례와 법전을 먹고 자란다. 클라이언트의 승소를 위해 언제나 깨어있는 좀비 말이다.

이렇게 며칠을 반복하면서, 나는 조금씩 변화를 느꼈다. 실수는 줄어들었고, 일 처리 속도는 빨라졌다. 이형석 변호사의 지적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힘들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내 몸과 마음은 서서히 한계에 다다랐다. 밤샘 작업이 늘어나면서 허리 통증이 심해졌고,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무엇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거나 우울해지곤 했다.


네, 이해했습니다. 아래는 요청하신 대로 수정한 버전입니다:


어느 날 밤, 꿈속에서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했다. 나는 이형석 변호사의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문을 열자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변호사님!" 내 목소리가 떨렸다. "왜 저를 그렇게 몰아세우시는 겁니까? 제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모르시겠어요?"


이형석 변호사가 책상에서 일어나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의 키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노력? 그걸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나?" 그의 목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자네같은 실력으로는 영원히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야!"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저도 인간이에요. 저에게도 자존심이..."


순간 이성을 잃은 나는 이형석 변호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넥타이를 움켜쥐고 밀치자, 그도 내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우리는 서로를 밀치며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책상 위의 서류들이 바닥으로 흩어졌고,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이럴 순 없어!" 나는 소리쳤다. 그 순간,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으악!"

비명과 함께 눈을 떴다. 침대 옆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휴... 꿈이었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분노와 좌절감은 여전했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도, 나는 이런 감정들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천천히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 내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거울 속 내 모습은 마치 법정에서 패소한 변호사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판사이자 변호사였다. '피고인 조우성, 더 나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다.' 선고를 내렸다.

이제 나는 알았다.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한다는 것을.

이 깨달음과 함께 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대로 가다간 변호사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균형을 잃을 것 같았다.


1997년 여름, 신아빌딩 214호의 내 사무실은 이제 완전한 '제2의 집'이 되어 있었다.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서소문로의 풍경,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 벽면을 가득 채운 법전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일상이 되어 있었다.


밤마다 사무실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나는 변호사로서의 삶을 되새겼다. 수많은 불빛 속에 숨겨진 인생 드라마들, 그 중 하나로 내 이야기도 써내려가고 있었다.


'과연 이 길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정말 훌륭한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아침이 밝아오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커피 향을 맡으며 용기를 얻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법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우리도 그 생명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했다. 실수와 좌절을 디딤돌 삼아, 더 나은 변호사로 성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선택한 길이자, 나의 소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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