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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 우리는 모두 작은 트루먼이 되어가고 있다

by 조우성 변호사

트루먼 쇼, 우리는 모두 작은 트루먼이 되어가고 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리고 혹시 다시 못 볼 수도 있으니, 좋은 오후 되시고, 좋은 저녁 되세요!"


1998년 6월,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유명한 인사말의 주인공이 있다. 피터 위어 감독의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24시간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지만, 정작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플로리다 시사이드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설정이었다. 5,000개의 카메라로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찍어 전 세계에 방송한다는 것은 SF에 가까웠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이는 더 이상 허구가 아니다.


DataReportal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소셜 미디어 사용자는 53억 명에 달한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24시간 방송하는 '자발적 트루먼'이 되어가고 있다. 아침에 먹은 샐러드, 좋아하는 카페에서의 한 컷, 반려동물과의 일상까지... 매일 수십 억 건의 포스팅이 올라오는 인스타그램은 현대인들의 '작은 트루먼 쇼'다.


영화에서 트루먼의 세상을 만들어낸 크리스토프 감독(에드 해리스)은 "우리가 보여주는 것이 가짜일지 모르지만, 트루먼이 보여주는 감정은 진짜"라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현대의 SNS 세상을 완벽하게 설명한다. 필터로 보정된 사진, 각도를 고려한 포즈, 신중하게 선택된 해시태그... 조금은 '가공된' 일상이지만, 그 속에 담긴 우리의 감정만큼은 진짜다.


1992년 MTV의 '리얼 월드'를 시작으로, 1999년 네덜란드의 '빅브라더'까지, 90년대는 리얼리티 TV의 황금기였다. 트루먼 쇼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했고, 한발 더 나아가 미래를 예견했다. 지금의 유튜브나 틱톡 크리에이터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 모두가 조금씩 '트루먼화'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시하번 아일랜드의 완벽한 세트장 같은 삶을 벗어나 진짜 세상으로 나아가는 트루먼의 용기는, 오늘날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메타버스와 AI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가상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진짜' 현실과 마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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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MZ세대의 경우,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디지털 세상에서 보낸다는 최근 연구 결과는 놀랍다. 더 이상 우리는 수동적인 시청자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크리에이터이자 시청자이며, 동시에 작은 트루먼들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SNS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때로는 위로와 공감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트루먼처럼 가끔은 "이게 다 진짜일까?"라고 의심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완벽하게 꾸며진 가상의 세계를 벗어나, 불완전하지만 진짜인 현실과 마주하는 용기. 그것이 바로 트루먼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참된 것을 찾는 여정에서 거짓된 것들이 우리를 막을 순 없다"


- 트루먼 쇼의 크리스토프 감독(에드 해리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트루먼처럼 용기 있게 물어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일까?" 그리고 때로는 그가 그랬던 것처럼, 익숙한 comfort zone을 벗어나 진짜 모험을 시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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