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페이스, 표정의 마법을 부리다
당신도 모르게 쓰고 있는 우리 시대의 마법, 포커페이스. 지하철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의 담담한 표정부터, 직장 상사의 농담에 지어보이는 적절한 미소까지. 우리는 모두 포커페이스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내 아내는 내가 세계 포커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도,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절 월급을 받았을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필 아이비의 이 유명한 농담처럼, 뛰어난 포커페이스는 때로 놀라운 초능력이 된다.
인간의 얼굴 근육은 42개. 강아지는 12개, 고양이는 17개의 표정 근육을 가지고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최고의 '표정 연기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선물했다.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표정이 무려 7,000가지라고 밝혔다.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표정 연기대상' 후보였던 셈이다.
재미있는 건 포커페이스가 필요한 순간이다.
- 생일 깜짝 파티를 준비하는 친구들 앞에서
-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을 때 (특히 별로인 선물)
- 연봉 협상 자리에서
- 면접관 앞에서 긴장을 숨길 때
- 맛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자리에서
하지만 이런 '감정 숨바꼭질'이 때론 우리를 지치게 한다. 서울대 연구진이 직장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종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일반인의 1.8배나 됐다. 특히 고객 응대 업무를 하는 직원들의 45%가 "웃고 싶지 않을 때도 웃어야 해서 힘들다"고 답했다.
재택근무 시대의 포커페이스는 더 어렵다. 화상회의에서 '관심 있게 듣는 표정'을 3시간 동안 유지하는 건, 실제 회의실에서보다 2.3배 더 피곤한 일이라고 한다. 이제 '카메라 끄기'가 새로운 포커페이스가 된 셈이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Just Be You(그냥 너답게)'라는 재미있는 표정 관리 수업을 한다. 완벽한 무표정보다는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 오히려 더 프로페셔널해 보인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으로 실리콘밸리 기업 대부분이 이런 '새로운 포커페이스' 교육을 하고 있다.
"인생은 포커와 같다. 가끔은 블러핑도 필요하지만, 결국 진짜 실력이 필요하다." 하버드대 에이미 커디 교수의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무표정이 아닌,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정 밸런스'인 셈이다.
자, 이 글을 다 읽은 지금, 당신의 표정은 어떤가요? 살짝 미소 짓고 계신건가요, 아니면 여전히 포커페이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