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 예능과 윤리의 경계에서
"Cut! You're on Candid Camera!" 1947년 ABC 방송을 통해 처음 울려 퍼진 이 문장은 텔레비전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앨런 펀트가 라디오 프로그램 'Candid Microphone'을 TV로 옮기며 시작된 이 실험은, 7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 예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의 'Fun Ki Ki Ki'(1983-1996)는 아시아 몰래카메라의 교본이 되었다. 치밀한 섭외와 연출, 과장되지 않은 반응 포착으로 장르의 기준을 제시했다. 한국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1991년부터 2003년까지 12년간 이 형식을 발전시켰다. 미국의 'Punk'd'(2003-2007, 2012, 2020-)는 셀러브리티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변주를 시도했다.
제작 현장은 하나의 전쟁터였다. 1990년대 초반, MBC 몰래카메라팀은 현장에서 최소 8대의 카메라를 운용했다. 카메라맨들은 냉장고 속이나 천장 위, 때로는 맨홀 안에서도 촬영했다. 당시 PD였던 김종필의 증언에 따르면, 3분짜리 한 편을 만들기 위해 평균 예산 500만원, 스태프 20여 명이 투입되었다.
통계는 명확하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유튜브의 프랭크 영상은 연평균 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피해 신고는 2,147건. 이 중 85%가 동의 없는 촬영과 유포에 관한 것이었다. 법적 분쟁도 증가했다. 2020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은 "사후 동의가 있더라도, 촬영 당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준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현재 주요 방송사들은 엄격한 제작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2019년 개정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①사전 리서치를 통한 기저질환 여부 확인 ②출연자 심리상태 모니터링 ③즉각적인 촬영 중단 요청권 보장 ④사후 동의 거부시 완전한 데이터 폐기가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은 계속된다. 메타버스와 AI의 발달로 '가상 몰래카메라'라는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8개 플랫폼이 이 포맷을 시험 중이다. 한국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23년 3월, 이에 대한 별도의 심의 기준을 마련했다.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편집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 앨런 펀트가 1987년 자서전 'Candidly, Allen Funt'에서 남긴 말이다. 이는 오늘날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AI 딥페이크 기술의 등장으로, 이제 카메라도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