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는 않고, 소인은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만 조화롭게 어울리지는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논어 자로편)
<춘추좌전>에서는 화(和)와 동(同)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한다.
"화(和)란 비유하자면 국이 물, 불, 간장, 소금, 식초와 생선이나 육고기와 조화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동(同)은 물에 물을 더하거나 거문고의 현이 똑같은 소리만을 연주하는 것 같아 건설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않습니다. 양구거는 임금께서 무슨 의견을 내놓아도 그 의견에 찬성합니다. 그러니 그것은 '화'가 아닙니다."
군자는 똑같이 하지 않으면서 서로 어울린다. 소인은 똑같이 따라 할 뿐 어울리지는 못한다.
조준래 비트플렉스 회장은 '화이부동 경영'을 보다 현대적으로 설명한다.
"아름다운 음악이 되기 위해서는 '도도도' 같은 소리만 내면 안 되지 않습니까.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도, 미, 솔 소리를 다르게 냄으로써 더 창의적 대안을 만들어나가야 하지요. 상사가 '도' 한다고 해서 직원들도 도도도 하는 것은 '저 간신입니다'하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연과학에는 완벽한 진리가 있지만 인문사회과학에는 정답이 없지 않습니까. 기안자, 심사자, 최종결정권자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좀 더 올바른 결정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지요."
화(和)의 진정한 의미는 듣기 좋은 말로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만큼 신뢰를 형성하는 데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견충돌이 일어나는 것보다 의견이 서로 잘 맞는 것이 더 좋다고 믿는다. 하지만 맹목적인 인화를 강조하다 보면 생산적인 사고의 충돌이나 열성적인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동조형 인재만 득세해 창조형 인재는 발붙이기 힘들다.
- 김성회 저, <용인술> 중에서 -
조직에서 직위가 올라갈수록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 성가신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생긴다. 다른 의견을 누군가 개진하는 것을 두고 권위에 도전한다는 식으로 억하심정을 갖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온화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그 중 수용할 만한 것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서는 자신감과 여유가 발견된다.
나와 다른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리더를 바라보는 조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이유가 '조직을 흠집내고 개인적인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에 있지 않고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리더는 이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 주위에 충언을 하는 인재들이 모일 것이다.
화(和)와 동(同)의 미묘하지만 심대한 차이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