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 천년의 울림을 담다
종이 운다. 천 년의 시간을 건너 지금도 울린다. 신라의 성덕대왕신종과 조선의 보신각종은 각자의 자리에서 오랜시간을 버텨왔다. 청동은 식지 않았다.
성덕대왕신종은 무겁다. 18.9톤의 쇳물이 식어 거대한 덩어리가 되었다. 높이는 3.75미터다. 771년 혜공왕 때의 장인들이 쇳물을 부었다. 당초문과 비천상, 연꽃무늬가 종을 감싼다. 정교하다. 통일신라의 장인들은 청동을 다루었고, 청동은 장인들의 혼을 받아들였다. 후대 사람들은 이 종을 에밀레종이라 부른다. 어린 아이를 종 속에 넣어 주조했다는 전설 때문이다. 전설은 과장되었으나 종소리만은 진실하다.
보신각종도 무겁다. 20톤의 덩어리가 서울 한복판에 서 있다. 높이는 3.12미터다. 조선 태조 때인 1396년에 첫 종이 만들어졌다. 지금의 종은 1985년에 다시 부은 것이다. 이 종은 도성의 시간을 알렸다. 저녁이면 28번, 새벽이면 33번을 울렸다. 인정과 파루의 시간이었다. 때로는 전쟁과 재난을 알렸다. 종은 도성의 호흡이었다.
두 종은 다르다. 성덕대왕신종은 부처를 찬양했다. 보신각종은 백성의 일상을 통제했다. 하나는 불교의 종이고, 다른 하나는 유교의 종이다. 그러나 둘 다 우리의 종이다. 장인들은 쇳물에 기술을 부었고 종은 그들의 정신을 간직했다.
이제 성덕대왕신종은 경주의 박물관에 머문다. 보신각종은 서울 한복판에서 해마다 제야의 밤을 알린다. 천 년 전 울림은 지금도 이어진다. 종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종은 청동으로 만들어진 시간이다. 장인들은 갔으나 종은 남았다. 천 년의 시간이 지나도 종은 울리고, 그 울림은 우리 안에서 계속된다. 청동의 무게는 시간의 무게다.
"천년의 울림이 천년의 지혜를 전한다(千年鐘聲 傳千年智慧)" - 한국 종(鐘) 문화 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