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文: 人生只宜適意 無取拘泥
한글 병음: 인생지의적의 무취구니
해석: 인생은 다만 마음에 맞게 살 것이요, 구애받고 얽매일 필요가 없다
출전: 소창유기(小窓幽記)
중국 명말청초의 문인 진계유가 남긴 소창유기의 이 한 구절은, 마치 창가에 앉아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한가로운 오후의 사색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그 여유로운 어조 속에는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 숨어 있다.
삶이란 남이 그어놓은 선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발자국을 새기며 나아가는 것이다.
적의(適意)란 단순히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본성과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사는 것이다. 구니(拘泥)는 형식과 관습에 얽매여 자신을 잃는 상태를 뜻한다. 작은 창가에서 바라본 세상의 이치는 명료하다. 인생은 남이 정해놓은 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성공의 계단을 오르라고 강요받는다. 더 좋은 대학, 더 큰 회사, 더 높은 연봉, 더 넓은 집.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공식에 따라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누구인지 잊게 된다. SNS에 올라온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보며 초조해하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간다.
진정한 승리는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자신보다 조금 더 자신다워지는 것이다.
소창유기의 지혜는 여기서 빛을 발한다. 진정한 자유는 모든 제약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제약을 선택하는 것이다. 화가는 캔버스라는 제약 안에서 자유를 찾고, 시인은 언어라는 한계 안에서 무한을 표현한다.
자유로운 새는 하늘 전체를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자신의 둥지로 돌아올 줄 아는 새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주어진 현실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
적의한 삶이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이다. 그것은 때로 세상의 기준에 어긋날 수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꿈을 좇는 것일 수도 있고, 화려한 성공 대신 소박한 행복을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진정으로 자신에게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회적 압력에 굴복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구니(拘泥)하지 않는 삶은 용기를 요구한다. 구니란 글자 그대로 '얽매일 구(拘)'와 '진흙 니(泥)'가 합쳐진 말로, 진흙에 발이 빠져 꼼짝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즉 낡은 관습이나 형식, 타인의 시선이라는 진흙탕에 발목이 잡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은 외롭고 불안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불안감조차 자신만의 것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자유의 시작이다.
홀로 서는 나무가 가장 깊게 뿌리를 내리듯, 외로움을 견딜 줄 아는 자만이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타인의 기대나 사회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온전한 책임을 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소창유기가 말하는 자유로운 삶은 개인주의적 방종과는 거리가 멀다. 적의한 삶은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동시에, 타인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삶이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자신의 자유만큼 타인의 자유도 존중할 줄 안다.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은 무책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책임감을 갖는다는 뜻이다.
현대인에게 적의한 삶의 실천 방법을 제안해본다. 먼저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모든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둘째로, 작은 선택부터 자신의 기준으로 내려보는 것이다. 점심 메뉴를 정할 때도, 친구들이 가자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해보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다."
셋째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적의한 삶을 살다 보면 때로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실패조차 자신의 선택이라면, 그것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남이 시키는 일을 하다가 실패하는 것과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다가 실패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구애받지 않고 사는 것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답게 사는 것이다."
소창유기의 지혜는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생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이 아니다. 각자에게 맞는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중요한 것은 그 여행을 자신의 발로 걸어가는 것이다. 때로 남들보다 늦을 수도, 때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길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창가에서 바라본 세상은 넓고 다양하다. 우리 각자도 그 다양성의 한 부분이다.
천 개의 꽃이 피어도 봄이 아름다운 것은 각각이 자신만의 향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색깔로 세상을 물들여보자. 그것이 진정으로 적의하게, 구애받지 않고 사는 길이다.
<작성 : 조우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