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2년 6월 21일 새벽, 교토 혼노지(本能寺).
불길이 치솟았다. 자비와 평화를 상징하는 법화종 사찰에서 일본사 최대의 비극이 펼쳐졌다. 오다 노부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적의 정체를 몰랐다고 전해진다. 49세 패권자의 삶이 그렇게 끝났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그를 가장 신뢰했던 부하의 칼끝에서. 불교의 무상(無常) 사상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1. 신뢰의 시작
아케치 미츠히데는 오다 노부나가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였다. 미츠히데는 노부나가보다 연상의 성숙한 무장이었다. 교양과 지략을 겸비한 그는 노부나가의 능력을 알아봤다. 미츠히데는 외교에서 빛났고, 행정에서 탁월했으며, 전투에서는 냉철했다.
노부나가의 신뢰는 구체적이었다. 교토 점령 후 가장 중요한 거점들을 미츠히데에게 맡겼다. 단바와 근강의 영주로 삼았고, 중국 정벌의 선봉장으로 임명했다. 미츠히데는 그 신뢰에 부응했다. 오랜 세월 노부나가를 섬기며 단 한 번도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다. 노부나가가 적대시하는 불교 세력을 토벌할 때도, 친족을 죽이라는 명령에도 복종했다.
2. 균열의 징조
그러나 신뢰 아래 균열이 자라고 있었다. 노부나가의 방식은 점점 극단으로 치달았다. 비와코 호수의 엔랴쿠지 불태우기, 이시야마 혼간지 압박, 그리고 무엇보다 신격화 시도. 미츠히데는 전통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인물이었다. /천황과 불교에 대한 노부나가의 태도는 그의 내면을 흔들었다./
1580년, 노부나가는 미츠히데의 어머니를 인질로 보내라 했다가 그녀가 죽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581년, 이에야스를 접대하던 미츠히데를 공개적으로 모욕했다. "이런 음식으로 손님을 대접하느냐"며 발로 상을 걷어찼다고 한다. 미츠히데는 말없이 견뎠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무언가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3. 마지막 순간
1582년 6월, 모리 가문 정벌을 위해 출정 명령이 내려졌다. 미츠히데는 1만 3천의 군사를 이끌고 교토를 지나 서쪽으로 향해야 했다. 그런데 아이노야마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
부하들은 놀랐다. 하지만 따랐다.
왜였을까. 미츠히데 자신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야망인가, 의로움인가. 노부나가의 폭정에 대한 저항인가, 자신의 권력욕인가. /아마도 모든 것이 복합되어 있었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4. 10일의 통치
미츠히데의 천하는 10일만 지속됐다. 하시바 히데요시가 중국에서 급히 되돌아와 야마자키 전투에서 그를 격파했다. 미츠히데는 도주하다가 농민의 창에 찔려 죽었다. 54세였다.
역사는 그를 배신자로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 노부나가의 행동이 전통과 질서를 파괴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자신이 옳다고 믿었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그가 마지막까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는 점이다.
5. 권력의 아이러니
노부나가와 미츠히데의 비극은 권력이 만들어낸 필연이었다. /절대 권력은 절대 신뢰를 요구한다. 하지만 인간은 절대 신뢰할 수 없는 존재다./ 노부나가는 미츠히데를 너무 믿었고, 미츠히데는 노부나가를 너무 잘 알았다. 신뢰와 지식이 배신의 조건을 만들었다.
현대의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는 부하를 신뢰해야 하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 측근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불만을 관리해야 한다. 미츠히데의 분노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수년간 축적된 좌절이 폭발한 것이었다.
6. 인간의 조건
결국 혼노지의 변은 인간 조건의 한계를 보여준다. 완전한 충성도, 완전한 신뢰도 존재하지 않는다. /권력은 인간관계를 변화시키고, 시간은 모든 관계에 피로를 축적시킨다./ 노부나가와 미츠히데 모두 그 조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하지만 패자의 논리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미츠히데의 배신이 단순한 야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진실은 혼노지의 불길과 함께 사라졌다. 남은 것은 인간의 복잡성과 권력의 잔혹함에 대한 성찰뿐이다./
현재 교토시청 앞에 서 있는 혼노지는 히데요시가 재건한 것이다. 원래의 절터에는 표지석만이 외롭게 남아있다. 그곳에서 일어난 10일 천하의 비극을 기억하며.
<작성 : 조우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