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뜬다. 물 한 잔, 스트레칭 10분, 명상 15분, 저널 쓰기, 뉴스 체크, 운동 30분. 출근 전 해야 할 루틴이 여섯 개다. 어제는 다섯 개를 했고, 그제는 세 개를 건너뛰었다. 오늘은 또 몇 개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루틴을 쌓는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런데 이상하다. 루틴은 늘어나는데, 우리는 그대로다.
# 쌓인 루틴, 흩어진 집중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한다고 생각할 때, 정확도가 40%까지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루틴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는 좋은 습관이지만, 그것들이 쌓이면 오히려 집중력을 갈라놓는다.
더 큰 문제는 의사결정 피로다. 우리는 하루에 수만 번 결정을 내린다.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먹을지, 언제 운동할지, 어떤 옷을 입을지. 루틴의 진짜 역할은 이 결정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뇌의 귀한 에너지를 정말 중요한 일에 쓰게 만드는 것. 그런데 우리는 루틴을 늘리며 결정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오늘은 명상을 먼저 할까, 운동을 먼저 할까. 저널은 아침에 쓸까, 저녁에 쓸까. 루틴을 관리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은 놓친다.
# 반복이 만드는 여백
"반복은 창의성을 죽인다"고들 한다. 하지만 반대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인지적 자원을 절약해 준다. 뇌가 일상적 결정에 에너지를 덜 쓰고, 복잡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실제로 반복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낸다는 연구도 있다.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 워렌 버핏의 고정된 독서 시간. 그들의 루틴은 놀랍도록 단순했다. 글로벌 컨설팅 펌이 200여 명의 임원을 관찰한 결과, 진정한 성과를 내는 리더들은 평균 3.2개의 핵심 루틴만 고수했다. 한 대기업 회장은 20년간 오직 네 개의 루틴만으로 연평균 23% 성장을 이뤘다. 반면 지나치게 많은 루틴을 강요한 기업은 직원 만족도가 급락하고 이직률이 치솟았다.
# 지금 당신의 루틴 목록
첫째, 현재 루틴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만 남겨라. 나머지는 30일간 중단해 보라.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여유가 생긴다.
둘째, 결과 중심으로 루틴을 재설계하라. '오전 9시 회의'가 아니라 '핵심 의사결정 세 건 완료'. 시간이 아니라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셋째, 한 달에 한 번 루틴을 깨뜨려라. 의도적으로 평소와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다. 뇌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해.
베이조스는 "복잡함은 적이다"라고 했다. / 루틴은 습관의 스택이 아니라 전략적 도구다. / 단순함이야말로 복잡한 세계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