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쌓는다는 것

by 조우성 변호사

천천히 쌓는다는 것


급하다. 빨리 성공하고 싶다. 한 방에 뒤집고 싶다. 서른 언저리,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한다. 동료는 벌써 승진했고, SNS에는 잘나가는 또래들 천지다. 나만 제자리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조급해진다. 지름길은 없나. 한 번에 갈 방법은 없나. 근데 이상하다. 빨리 가려고 할수록 더 늦어진다.


# 롱볼과 빌드업


축구에 롱볼이라는 게 있다. 골키퍼가 공을 멀리 찬다. 공격수한테 직접 보낸다. 빠르다. 단순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공을 빼앗길 확률이 높다는 거. 상대가 예측하기 쉽다. 패턴이 뻔하니까.


요즘 축구는 빌드업을 많이 쓴다. 뒤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천천히 올라온다. 보면 답답하다. 왜 저렇게 느리게 가나 싶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게 더 먹힌다. 상대 수비를 헷갈리게 만들고, 공격 기회도 더 많이 나온다. 공을 오래 갖고 있을 수 있다.


반 고흐가 그랬던가. 위대한 일들은 작은 것들이 모여서 이뤄진다고. 빌드업이 딱 그렇다. 작은 패스들이 쌓여서 골이 된다. 한 번에 가려다 실패하느니, 천천히 쌓아서 확실하게 가는 것. 축구 얘기만은 아니다.


# 우리는 왜 롱볼을 택할까


스타트업 씬 보면 그렇다. 유니콘 되겠다고들 한다. 대박 날 거라고 믿는다. 한 방을 꿈꾼다. SNS도 마찬가지. 팔로워 몇만, 좋아요 몇천. 바이럴 한 번 터뜨리면 되지 않을까.

커리어도 비슷하다. 빨리 올라가고 싶다. 빨리 인정받고 싶다. 그래서 조급하게 움직인다. 기본은 대충 하고, 관계는 소홀히 하고, 당장 눈에 띄는 것만 붙잡는다. 롱볼이다. 멀리 차는 거다.


근데 대부분은 빼앗긴다. 공을. 기회를. 신뢰를. 빨리 가려다 오히려 돌아간다. 한 방 노리다가 기반이 약해진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오래 못 간다.

요즘은 더 그렇다. 다 빠르니까. 정보는 넘치고, 선택은 너무 많고, 비교할 사람은 끝도 없다. 조급해진다. 남들은 다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급하게 뛴다. 위험한 일이다.


# 빌드업하는 법


천천히 간다고 느리게 가는 건 아니다. 단계를 밟는다는 얘기다. 기본부터 다진다는 얘기다.


작은 것부터 쌓아간다. 매일 조금씩. 책 읽고, 사람 만나고, 기술 익히고. 당장은 눈에 안 띈다. 화려하지도 않다. 그런데 쌓인다. 눈에 안 보이게.


관계도 그렇다. 한 번에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다. 천천히 알아간다. 신뢰는 급하게 안 생긴다. 작은 약속 하나 지키고, 작은 배려 하나 챙기고. 그렇게 쌓인다.

커리어도 똑같다. 화려한 한 방보다는 꾸준한 성장이 낫다. 당장의 인정보다 실력을 쌓는 게 낫다. 눈에 안 띄어도 상관없다. 실력 있으면 결국 드러난다. 시간이 좀 걸려도.


목표를 잘게 쪼개는 것도 도움이 된다. 크고 먼 목표는 막막하니까. 이번 주에 뭐 할지, 이번 달에 뭘 이룰지. 작은 성취들이 쌓이면 계속 갈 힘이 생긴다.



롱볼은 화려하다. 빌드업은 지루해 보인다. 그런데 끝까지 가는 건 빌드업 쪽이다. / 한 번에 가려는 사람은 많다. 천천히 쌓는 사람은 적다. / 그래서 결국 도착하는 사람도 적은 거다. 우리는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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