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을 아끼는 치열함

by 조우성 변호사

한 발을 아끼는 치열함


미팅이 끝났다. 악수를 나누고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상대방 표정이 미묘했다.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반응이 없었다. 뭐가 잘못됐지. 돌아오는 길에야 떠오른다. 아, 저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했구나. 아, 저 자료가 빈약했구나. 그제야 안다. 기회를 날렸다는 걸. 그 사람을 다시 만나기는 어렵다는 걸.


# 두 번째 기회는 없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많은 걸 동원한다. 지인의 지인, 선배의 소개, 때로는 무작정 연락. 그렇게 겨우 약속을 잡는다. 한 시간. 어떨 땐 삼십 분. 그게 전부다.

문제는 준비다. 열정은 넘치는데 디테일이 없다. 아이템은 좋은데 숫자가 없다. 비전은 거창한데 전략이 없다. 상대방이 질문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는 더듬는다. "아, 그건 아직..." 그 순간이다. 끝나는 건. 상대방 눈빛이 식는다. 정중하게 마무리는 하지만, 다음은 없다.

인맥 좋으면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인맥이 좋을수록 한 번 날린 기회가 더 치명적이다. 소문이 돈다. "그 친구, 준비가 안 됐더라." 한 번의 실패가 다섯 번의 기회를 막아버린다. 연결고리가 끊긴다.


# 실탄은 한정되어 있다


스나이퍼 얘기를 들은 적 있다. "One shot, one kill." 총알 한 발, 적 한 명. 왜 이렇게까지 강조할까. 실탄이 부족하니까. 보급이 어려우니까. 그래서 한 발 쏘기 전에 몇 시간씩 기다린다. 바람을 읽고, 거리를 재고, 호흡을 고른다.

비즈니스도 같다. 투자자를 만날 기회가 몇 번이나 되나. 업계 선배를 만날 기회가 얼마나 되나. 실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준비 없이 쏜다. 빗나간다. 다시 장전하려니까 총알이 없다.

요즘은 더 까다롭다. 온라인 미팅이 많아졌으니까. 화면으로 만난다. 얼굴은 보이는데 공기가 안 읽힌다. 상대방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놓친다. 그래서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데, 오히려 쉽게 본다. "일단 만나고 보지 뭐." 위험한 생각이다.


# 한 발을 준비하는 법


어떻게 준비하냐고. 완벽할 순 없어도 최선은 다해야 한다.


상대방부터 공부한다. 뭘 했고, 뭘 하고 있고, 뭐에 관심 있는지. 검색으로 나오는 건 다 뒤진다. 인터뷰 기사, SNS, 회사 소식.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뭔지 감을 잡는다.


자료는 혼자 만들지 않는다. 동료한테 보여준다. 선배한테 물어본다. "어디가 약해 보여요?" "어떤 질문 나올 것 같아요?" 예상 질문을 적어본다. 답변을 준비한다. 막히는 부분은 더 판다.


숫자. 이게 중요하다. 매출, 비용, 예상 수익. "대충 이 정도요"가 아니라 정확하게. 물으면 바로 답할 수 있게. 추정치라도 근거는 대야 한다.


그리고 리허설. 소리 내서 말해본다. 처음엔 어색하다. 두세 번 하면 좀 낫다. 시간도 잰다. 삼십 분 안에 핵심을 다 전달할 수 있나 없나.


기회는 공평하지 않다. 많이 오는 사람이 있고, 적게 오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하다. 준비 없이 날린 기회는 안 돌아온다. / 우리의 총알은 많지 않다. / 한 발 한 발 아낀다. 그게 존중이고, 그게 치열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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