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우성 변호사 Oct 08. 2015

침묵하는 직원에게 의견을 물어라

한비자 리더십

■ 상황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에서는 항상 침묵을 지키는 박 부장.

원래 과묵한 편이긴 하지만 분명한 자기 의견을 내놓지 않는 그.

너무 신중한 건지 아니면 무책임한 건지 판단이 잘 안선다.


■ 인용문


以不言避責持重位者, 此不言之責也.
의견을 내지 않는다면 책임을 피하고 자리를 유지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 한비자  남면 南面  - 



■ 한비자의 조언


한비자는 <남면> 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책임을 두려워해 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발언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주는 신하가 의견을 올릴 경우에는 반드시 그 처음 의견을 기억하여 말과 성과가 부합하는지 살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반드시 의견을 물어 책임을 지게 한다면, 신하들은 허황된 말을 삼갈 것이며, 침묵만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하된 자가 책임이 두려워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면, 군주는 그 신하의 의견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물은 다음 그 의견에 따른 책임을 지우라는 한비자의 조언.


침묵하는 직원들에게 의견을 정확히 물어 보지 않는 CEO에게는 다음 두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첫째, 직원들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좋지 않은 관행이 생긴다. ‘특별히 반대의견 없었으니 당연히 내 말에 찬성한 것으로 봐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는...


둘째, 침묵한 직원들에게 정확한 책임을 묻기 어려우며,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생긴다. 침묵하는 직원에게 ‘당신의 의견은 어떠합니까?’라고 정확히 질문해서 그 의견을 들어봤다면 그 직원이 나중에 ‘사실 제 속마음은 달랐단 말입니다’라는 식의 변명에 대해 그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 실제 소송과정에서 대표이사와 대립관계에 있는 직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변명이 ‘제 의견이 어떤지 안 물어 보셨잖아요?’인 것만 보더라도 CEO가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그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조직원이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그 의사결정의 궁극적인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하지만 뒷짐만 지고 있는 조직원에게는 억지로라도 그 의견을 물어야 조직원은 일하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고,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을 때에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부하직원들이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이유는 직원의 성격 탓만은 아니다.


평소 CEO의 제안에 반대의견을 내는 직원에게 CEO가 어떤 식으로 대응했느냐가 직원들의 태도를 결정하게 만든다. CEO의 제안에 반대의견을 내는 직원에게 CEO가 화를 내고,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무리한 수를 쓴다면 어느 직원이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CEO에게 제시할 수 있을까?


직원의 입장에서는 업무의 성패를 알 수 없을 때 변명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서 침묵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책임을 덜 지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일이 제대로 완성되려면 모든 조직원들의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


조직원들이 ‘저 프로젝트는 CEO께서 꼭 하고 싶어서 추진한 거야’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CEO들은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의식이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CEO는 직원들에게 그들의 의견을 정확히 묻지 못했기 때문에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지도 못한 것이다.


CEO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지 않는 경우 직원은 단지 손님이나 구경꾼에 불과하다. 결국 CEO가 모든 일을 결정하느라 힘도 더 들고 책임도 곱절은 져야 한다. 이는 조직 전체로 봤을 때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작성 : 조우성 변호사 (기업분쟁연구소 소장)

매거진의 이전글 성과는 좋지만 성품이 나쁜 직원은 포기하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