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변호사들을 위한 강의안 중 일부인데, 변호사 이외의 다른 전문직, 컨설팅에 종사하시는 분들, 서비스를 제공하시는 분들에게도 참고가 될까 싶어 공유합니다.
최근 모 병원 K원장을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K원장이 대전에서 처음 개인병원을 개원한 다음 탄탄하게 자리를 잡게 된 과정을 듣게 됐다.
종합병원도 아닌 개인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만에 하루 내원환자가400명이 넘어서는, 자신도 믿지 못할 만큼의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인데 그 비결을 물어봤더니 K원장은 “해피콜(happy call)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의사치고는 제가 처음 해피콜을 했을 걸요?”라고 대답했다.
K원장은 진료를 마치고 저녁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그 날 진료했던 환자들 중에서 증상이 좀 심하거나 마음에 걸리는 환자들에게는 일일이 전화를 해서 몸은 어떤지, 식사는 잘 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정 몸이 안 좋다는 환자가 있으면 ‘잠깐 오실래요? 제가 다시 봐 드리겠습니다.’라고 안내했다.
“그 당시만 해도 의사들은 꽤 불친절했거든요. 그런데 해피콜까지 해주니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개인병원임에도 정신없이 붐볐습니다. 덕분에 제가 기반을 잡을 수 있었죠.”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변호사도 얼마든지 해피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예정대로 계약은 잘 체결되었는지요? 혹시 다른 문제는 없었나요?”
계약서 검토 후에 이런 전화를 하는 변호사들은 거의 없다. 적어도 계약체결 여부는 챙겨보는 성의가 필요하다.
“기록을 보다보니 제가 계약서 검토를 한 것이 벌써 3달 전이군요. 상대방은 말썽 피우지 않고 계약 이행 잘하고 있습니까?”
막상 계약이 체결된 후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다.만약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이렇게 챙겨주는 변호사에게 신뢰가 갈 뿐만 아니라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연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문제는 잘 해결되셨습니까? 제가 대법원 판례를 찾다보니 참고하시면 좋을 판례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보내 드려도 될까요?”
상담을 하고 난 뒤 다시 찾아가지 않은 의뢰인에게 살짝 마음의 빚을 지우게 하는 방법. 애교섞인 마케팅이다.
“어제 재판 참가하시느라 많이 피곤하셨지요? 사건 관련해서 혹시 제게 더 해주실 말씀 없으신지요? 재판을 진행하다보면 의뢰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시는 경우가 있으시더라구요. 아니면 제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뭐가 있을까요?”
“최근 신문에 영업비밀 관련 기사가 난 게 있던데, 김사장님 업종과 관련이 있어 보여서 문득 연락을 드리게 됐네요. 이메일로 기사 내용과 주의할 점을 보내드릴 테니 나중에 한 번 읽어보세요.”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해피콜 하나가 사무실의 시설, 규모와는 무관하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